#이번 설날 할머니 댁을 찾은 대학생 황 모(24)씨는 오랜만에 친척들과 대화에 참여했다. 지난해까지는 명절에 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이나 일상 소식을 봤지만 올해는 스마트폰을 놨다. 황 씨는 "일상을 올리는 친구들도 줄었고, 계속해서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하다 보니 현실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져서 2개 정도만 빼고 SNS를 거의 접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SNS 이용률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최근 연구보고서 '2019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SNS 이용률은 47.7%로 2018년 48.2%에 비해 약 0.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이용률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SNS 이용률은 2011년 16.8%에서 2015년 40%를 넘어섰고 2018년까지 꾸준히 상승세였다.
SNS 이용률이 소폭이나마 내려간 것은 스마트폰 기반 앱 시장이 진화한 결과로 보인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SNS처럼 사용하거나, 세대별로 다른 SNS를 쓰는 등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분화된 것이다.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카카오톡이나 유튜브가 SNS인지 아닌지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듯 어디까지 SNS로 볼 것인지 규정하기가 어렵다"라며 "과거에 인기를 끈 SNS 사용자가 정체된 대신 더 진화한 형태의 SNS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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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페이스북 이을 대세는···
실제로 KISDI의 조사결과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대세 SNS'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엔 싸이월드가 10명 중 6명이 쓰는 대세였다면(1순위 이용률 59.8%), 2013년에는 카카오스토리(1순위 이용률 55.4%)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 35.8%로 정상을 찍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반복되며 페이스북의 국내 이용률은 2018년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페이스북은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이용률은 29.6%까지 떨어졌다. 카카오스토리(26.3%), 인스타그램(19.3%), 네이버 밴드(10.6%), 트위터(5.3%)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건 인스타그램이다. 유일하게 이용률이 올랐다. 2014년만 해도 인스타그램을 1순위 SNS로 쓰는 이용자는 0.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10.8%, 지난해엔 19.3%까지 치고 올라왔다. 실제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용자가 급증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은 음식, 여행,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채널 1순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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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뜸한데, 유튜브는 왜 인기?
모바일 이용자들이 영상 서비스에 열광한 트렌드도 기존 SNS 이용률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2018년 33.6%에서 지난해 47.1%로 급증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월간 442억분(와이즈앱 조사, 2019년 11월 기준)으로 페이스북의 월간 사용시간(41억분)의 10배가 넘는다. 인스타그램도 월간 이용시간은 27억분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유튜브를 찾는 이유는 기존 SNS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보고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트가 많다. '관계 맺음'과 '관계 유지'가 중심인 SNS와 사용 목적이 다르다. 유튜브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최근엔 SNS를 대체하는 역할도 한다. 동영상 채널 '구독'을 통해 콘텐트 생산자나 다른 구독자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능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최미연(25)씨는 "자기 과시나 예쁜 사진 일색인 SNS보다 유튜브는 훨씬 솔직하고 다양한 콘텐트가 많다"며 "브이로그처럼 SNS를 대체하면서도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일상을 기록할 수 있어 유튜브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용자들은 영상 플랫폼에서 더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구가 올린 콘텐트에 '싫어요'나 부정적 댓글을 달기는 어렵지만, 영상 플랫폼에서는 제품을 평가하듯 댓글을 손쉽게 쓸 수 있어 'SNS 피로감'이 적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SNS 이용 및 피로증후군 관련 인식 조사(2018)' 결과를 보면 국내 이용자의 36.7%는 SNS 게시물이 ‘자기 과시’ 성격을 가진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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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프라인이 뜬다
최근엔 오프라인 소셜 모임을 이어주는 플랫폼도 인기다. 독서·운동·영화 등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모임을 즐기는 것. 2015년 첫선을 보인 오프라인 독서모임 서비스 '트레바리'는 지난해 이용자가 약 6000명까지 늘었다. 운동 등 액티비티에 기반한 '프립'의 소셜 클럽, 문화 예술 중심의 오프라인 모임 '문토', 집주인의 취향을 소개받는 '남의 집 프로젝트'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7일 '2020 국내 10대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인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모임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 7월 주 52시간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되면서 저녁과 주말 시간을 '나의 성장'을 위해 쓰겠다는 2030도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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