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일찍 라운드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얼어 있는' 그린 위에서 플레이를 하다 보니, 몸으로 느껴지는 겨울 날씨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변이 소식으로 인해 더욱 움츠려 드는 겨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 중 하나인 퍼터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반 클럽들과는 다른 퍼터 - 규정과 규제
퍼터는 분명 14개 클럽 중 하나이지만, 다른 클럽과는 다른 몇 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우선 퍼터는 클럽 길이의 제한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클럽의 허용치는 48인치이지만, 퍼터는 이 길이 제한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빗자루 퍼터라고 부르는 긴 퍼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클럽 헤드의 크기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정들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내려보았을 때 좌우의 길이가 상하의 길이보다 짧아야 하는 것 (아래 그림에서 'A'의 길이가 'C'의 길이보다 길어야 함)이나, 퍼터 헤드의 높이가 2.5인치 이하여야 한다는 등의 제한입니다.
골프 장비 규칙 내의 퍼터 헤드에 대한 규정, 그 모양과 길이 등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게 느껴집니다. <출처: USGA 장비 규칙>
그리고 , 퍼터는 스트로크 하는 방식에 대한 규제가 있는 유일한 클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롱퍼터에 대한 제한은 2013년 경에 입법화(?)되었다가 2016년이 되어서 실제 적용이 되었습니다. 이 규정은 퍼터의 샤프트 혹은 그립이 신체에 닿아있는 채로 스트로크 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퍼터 스트로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진자 운동을 편하게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라운드의 결과가 결국 퍼팅 그린 위에서의 퍼트, 그리고 퍼터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예민한 규제들이 적용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긴 퍼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선수인 아담 스콧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클럽 헤드의 모양 - 말렛 형 혹은 블레이드 형
클럽 헤드는 보통 2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양의 블레이드 형이 있는가 하면, 조금 복잡한(?) 모양의 말렛 형 퍼터가 있습니다.
최근 투어의 추세를 살펴보면, 말렛 퍼터를 사용하는 비율이 약 60~65%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말렛 퍼터가 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형태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블레이드 형태는 방향성보다는 거리 조절에 있어서 좀 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말렛 형 퍼터는 방향성에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모양의 블레이드 형 그리고 말렛 형 이외에도 관용성을 향상시킨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출처: ScottyCameron>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 특히 처음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말렛 형 퍼터를 추천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바로 관용성이라는 요소 때문입니다. 그런데 퍼터에 있어 관용성의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준'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관용성이라는 요소는 골프볼을 퍼터의 중앙에 맞추지 못했을 때 방향성의 손실을 최소화시켜 줄 수 있는 것인데, 조준 자체가 잘못된 채로 관용성이 발휘되면 '운'의 효과조차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실력에 따라서 퍼터 헤드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입니다.
이외에도, 두 퍼터의 선택 기준에는 스트로크 스타일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약간의 원을 그리면서 스트로크를 하는 경우에는 블레이드형이, 직선 스트로크를 하는 경우에는 말렛형 퍼터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퍼터의 모양 만큼이나 중요한 길이
퍼터의 모양에 대해서는 많은 골퍼들이 예민해 하지만, 퍼터의 길이는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퍼터는 일반적으로 33~35인치의 길이를 갖고 있는데, 퍼터의 길이는 키와 팔의 길이뿐만이 아니라, 어드레스 했을 때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드레스 시에 눈이 골프볼의 약간 안쪽에 위치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드레스 자세를 가지려면, 퍼터의 길이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퍼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눈의 위치. 자세와 퍼터 길이에 따라 눈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우측이 이상적인 눈의 위치입니다. <출처: bridgegolffoundation.org>
너무 긴 퍼터를 사용하게 되면, 조금 더 일어서 있는 듯한 동작을 할 수밖에 없어, 눈의 위치가 너무 공의 안쪽에 위치하게 되고, 너무 짧은 퍼터는 오히려 너무 구부린 자세를 취하게 만들면서 눈의 위치가 골프볼의 바깥쪽에 위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퍼트에 있어 눈의 위치가 올바르지 않은 곳에 위치하게 되면, 좌-우측으로 미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혹시라도 한 쪽 방향으로 계속 미스를 하게 되는 경우라면, 눈의 위치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드리며, 퍼터를 고르실 때에도 반드시 동반자 혹은 매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퍼터의 길이를 반드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퍼터 그립의 중요성 - 새로운 퍼터보다 새로운 그립이 나을 수도 있다
퍼트가 잘 안된다고 느낄 때에는 자연스럽게 새 장비 구매를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매번 퍼터를 새로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장비'의 측면에서 퍼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라도 그립을 먼저 교체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최근에는 퍼터 그립의 굵기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가는 그립부터 아주 굵은 그립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불필요한 손동작을 많이 하는 골퍼라면 비교적 굵은 그립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고, 손의 감각을 중요시하는 예민한 골퍼들에게는 조금은 가늘다고 느낄만한 그립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최근 투어에서도 굵은 그립을 사용하는 골퍼들을 볼 수 있는데, 그립이 굵어지면 손목의 움직임이 최소화되어서 좀 더 안정적인 퍼트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거리감이나 스트로크가 더 안 좋아진다고 느끼는 골퍼들도 있으니, 그립을 꼭 한번 잡아보고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립의 교체만으로도 현재 사용하는 퍼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립 교환은 퍼터 자체를 교체하는 것만큼이나 큰 변화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퍼터 그립의 모습들 <출처: Mygolfspy.com>
골프란 약 42.67mm의 골프볼을 108mm의 홀에 넣는 운동입니다. 게다가 그린 위의 까다로운 브레이크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1미터의 짧은 거리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퍼트이고, 그만큼 퍼터의 선택은 중요합니다. 브랜드와 가격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골퍼들이 자신에게 맞는 퍼터, 특히 길이와 헤드 모양 정도는 비교해 보고 구매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