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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커뮤니케이터 윤지민 - 리얼관광을 찾아서 세계여행

Freedom-x 2015. 9. 10. 13:29

'진짜 관광'을 찾기 위해 260여 일간 19개국을 누빈 사람이 있다. 관광커뮤니케이터 윤지민씨다. 서울시 공무원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세계 여행을 떠났던 그녀. 그녀가 찾아낸 '진짜 관광, 좋은 관광'은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관광의 날' 행사 참석은 '진짜 관광은 무엇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문화관광 정책 분야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로스앤젤리스관광청에서 인턴을하며 실무 경험도 쌓았다

명동이 명동 같지 않았다

처음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교 3학년 때다. 교환학생으로 싱가포르에 머물게 됐고, 우리나라보다 작은 곳에 우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매력이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결론은 마케팅이었다. "싱가포르가 포장을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관광객들에게 매력 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 관광에 대해 공부하고, 관광과 관련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학부를 마치고 곧장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문화관광 정책 분야를 공부했다. 도시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도시 마케팅과 브랜딩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정책과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배웠다. 로스앤젤리스관광청에서 인턴을 하며 실무 경험도 쌓았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시청 관광사업과에 입사했다. 할리우드라는 관광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직접 보고 온 그녀는 한류를 콘텐츠화 하는 작업에 나섰다. 한류 가이드북을 만들고, 서울 등 축제, 서울광장에서 진행한 싸이 콘서트 등 한류축제 진행을 도맡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 명동에 갔는데 점원이 중국 사람이었어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죠. 한국인에게는 화장품 샘플조차도 주지 않았어요. 외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했지만 정작 서울 시민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었죠. 많이 불편했고요. 그때 아차 싶었어요. 서울에 사는 거주자조차도 불편해하며 만족하지 못하는 도시를 외국에 소개한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관광객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나의 일이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내가 관광을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결국 사무실에서 경험하는 관광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관광은 전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짜 관광'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내린 답은 하나였다. '세상으로 나가 내가 직접 관광객이 되어 보자'는 것이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일상에서 그들의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지역민이 관광을 즐기지 못한다면 관광객도 즐길 수 없다'던 UNWTO 사무총장의 말을 그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세계 여행 중 경험했던 잊지 못할 축제, '독일 옥토버페스트'

우연이 맞이한 기회 '세계 관광의 날'

"한국에서 관광은 '보고, 찍고 오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관광 관련 기관들 또한 방문객 수에 초점을 맞추고 특색 없는 축제 등을 개최하죠. 직접 관광객이 되어 여행에 나서 관광 선진국들은 어떻게 '관광'을 행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마냥 여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관광을 배우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정부 기관은 어떻게 관광을 '만들고' 있는지, 관광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만나야 할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과 하고 싶은 얘기들을 준비했습니다. 일정은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중동을 거쳐 동남아를 보고 돌아오도록 짰습니다."

서울시청에 입사한 지 2년째 되던 2014년 6월1일, 그녀는 여행길에 올랐다. 마음껏 여행도 했고, 지인들도 만났다. 관광업계 종사자들과의 만남도 계획대로 이어나갔다. 각국 도시 관광청과 접촉해 약속을 잡았고, 그들을 만나 현장 얘기를 직접 들었다. 관계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뜻밖의 기회를 맞이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국이 있어요. 그곳에서 홍보담당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죠. 인터뷰 후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더니 그 다음 달에 멕시코에서 진행되는 '세계 관광의 날'에 참석해 보면 어떻겠냐며 추천해 주셨어요. 오기만 한다면 스태프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겠다면서요."

초청은 감사했지만 경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고 계획했던 일정도 모두 틀어야 했다. 마드리드를 떠나 프랑스를 거쳐, 스위스, 독일에 이르기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독일 일정을 마친 그녀는 동유럽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멕시코로 돌렸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그곳에서라면 그렇게 풀고 싶었던 '좋은 관광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년에 떠날 국내 일주에 앞서 지난달 그녀는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내국인을 배제한 관광? '리얼'이 아니다

2014년 9월, 그렇게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세계 관광의 날'에 참여한다.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관광안내원, 호스텔 주인, 여행 인솔자, 판매원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참석한 관계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관광 마인드가 나라와 도시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의문에 대한 해답에도 조금은 가까워졌다. UNWTO 탈렙 리파이Taleb Rifai 사무총장의 연설에서였다. 리파이 사무총장은 '관광은 일상에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나라, 그 도시의 지역민이 관광을 즐기지 못한다면 관광객 역시도 관광을 즐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연설은 관광에 대한 제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관광'에 대한 강렬한 통찰력을 얻게 해줬죠. 정부의 주도로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문화와 관광을 우리가 직접 즐겨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내국인을 배제한 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토리 없는 관광개발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은 행사 이후 떠난 멕시코 여행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그곳에서 만난 멕시코인들은 자기네가 좋아하는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고, 일상에서 그들의 문화를 즐기는 등 예부터 내려오는 자신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멕시코 관광부에서 일하는 한 친구를 만났어요. 친구의 초대로 멕시코시티에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바예데브라보Valle de Bravo'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했죠. 2박 3일 동안 그와 가족들이 사는 집에 머물며 그들의 일상생활을 함께했어요. 주말마다 말을 타고,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축제에서 자신들의 전통음악을 즐기고 춤을 췄죠." 사무총장이 '지역민이 관광을 즐기지 못한다면 관광객도 즐길 수 없다'고 했던 말을 그대로 실감하는 기회였다.

관광을 이야기하는 사람 '관광 커뮤니케이터'

일정에 없던 멕시코에서 약 두 달간을 머문 후, 그녀는 쿠바와 과테말라, 캐나다 등지를 여행했고 뉴질랜드와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돌아왔다. 260여 일의 긴 여정이었다. 처음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아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관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다음 여행은 한국이에요. '진짜 관광'을 찾겠다고 하고 여행을 다녀오니 사람들이 '그래서 한국 관광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라고 물어요. 막상 대답하려고 하면 잘 못하겠어요. 정작 한국을 모르겠더라고요. 우선 세계여행을 쭉 정리하고 난 후 내년 봄쯤에는 전국 일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가지고 떠날 예정이에요.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틀린 것, 바뀌어야 할 것들을 찾아내고, 바꿀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관해서도 방향을 잡았다. '관광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관광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 '관광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관광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느껴져요. 있다고 해도 관광의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제가 연결 고리가 되어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적 활동의 대부분이 '관광'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면 좋겠어요. 트래비의 독자 분들도 제 여행 이야기를 듣고 '여행과 관광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싶었어요. 내가, 우리가, 우리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 모든 것이 관광이 될 수 있거든요. 여행을 통해 어떤 나라나 도시 사람들의 일상에 내가 들어갔을 때, 내가 변화시키고 변화되고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꼭 한 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을 더욱 매력적이고,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그 목표와 가까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내년에 떠날 전국 일주에서도 외국인들이 원하는 한국의 모습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억지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진짜 관광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중국인을 위해 명동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말이에요. 전통을 있는 그대로 우리가 즐기고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때는 외국인 관광객도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함께 즐기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것이 제가 찾아낸 '진짜 관광'이었죠."

관광 커뮤니케이터 윤지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책학(문화관광정책)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로스앤젤리스관광청,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실, 이집트정부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인턴 등을 마치고 서울특별시청 관광사업과 & 국제협력과 주무관으로 입사해 한류관광 활성화 및 한류활용 서울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진짜 관광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며 260여 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현재는 '관광 커뮤니케이터'로 '리얼 관광'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 관광'을 제대로 알기 위해 국내 일주를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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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지훈 기자 사진제공 윤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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