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이다. 진입장벽도 크고 전통적인 생산영역에 속하는 하드웨어의 역량은 날이 갈 수록 서로 비슷해지는 반면, 창의력이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기술력을 차별하면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핵심역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많이 갖추기 위해서는 풍부한 사용자 몫지 않게 역량있는 다수의 개발자가 있어야 한다. 앱 생태계가 중요해질 수록 그 안에서 좋은 앱을 많이 만들어내는 개발자가 환영받는다. 또한 이런 개발자를 대상으로 자기 플랫폼의 매력을 보여주고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최한 빌드 2015는 이런 개발자를 위한 행사이다. 애플의 WWDC 등과 달리 MS행사는 그동안 다소 딱딱하고도 형식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2015년은 달랐다. 한국 MS 관계자조차도 "이번에는 특별히 흥분되는 자리" 였다고 언급했듯이 파격적인 MS의 변신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어떤 것이 발표되었으며 얼마나 참신한 내용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2015년 5월 6일 한국 MS 본사에서 이뤄진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하나씩 알아보자.
플랫폼 - 모바일과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는 전면적 호환성
이제 윈도우에서 더이상 운영체제(OS)란 개념을 쓰지 않고 플랫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MS의 주력사업이 PC에 국한되지 않으며 윈도우는 보다 넓은 플랫폼 개념을 지니게 된다는 걸 가리킨다.
MS의 이전 리더 빌게이츠는 저서 '생각의 속도'를 통해서 윈도우는 작아지고 핸드폰이나 가전제품 등 어디나 들어가게 될 것이라 말했다. 윈도우10은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형태로 변신했다. 즉 모든 것에 들어가는 윈도우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실제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오피스 365이다.
이런 플랫폼은 폐쇄적인 구조가 아니라 외부에 공개된 열린 형식으로 다른 기업과 협업이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이 된다. 과거에 MS가 운영체제를 앞세워 다른 기업의 서비스와 비슷한 기능을 포함시키며 공룡화된 것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런 협업을 예로 들면 MS의 일정관리 프로그램 아웃룩을 우버 택시를 연계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일정을 마칠 때마다 우버 택시(카카오택시)가 그 장소에 와 대기하도록 할 수 있다.
개발 플랫폼으로 비주얼 스튜디오는 윈도우 뿐만 아니라 리눅스와 맥 OS까지 지원한다. 또한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 iOS 앱도 개발하는것이 가능하다. 개발 프레임웍은 이미 공개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MS는 더이상 강력한 중앙집권적 의미의 '제국'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런 MS의 변화에 대해 사용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점을 들어보자. 앞으로는 개발자가 앱을 하나 만들면 윈도우폰, 윈도우 태블릿, PC,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 소스 코드가 아닌 앱을 해당하는 기기에 넣으면 바로 실행된다. 개발도구로 만들면 실제로 그렇게 실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윈도우에서 하드웨어 관련 부분을 떼어내서 순수한 로직을 구성해서 가볍게 만든 코어 구조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런 코어 위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UMP)가 각 하드웨어의 차이를 인식하고 특정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거하면서 호환성을 보장해준다.
자바의 대항마로 만든 닷넷 역시 코어만 빼내어 순수한 닷넷이면 크로스플랫폼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닷넷 코어라고 하는데 비대한 것을 떼어내고 가볍게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유니버설 앱 형태는 이상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제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 간단하게만 보아도 앱 용량의 증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에서는 단일 앱보다 실행속도가 늦어지는 문제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MS 관계자는 유니버설 앱의 용량 증가는 피할 수 없지만 다단계 레이어를 거치게 되어도 개발자가 최적화를 잘하게 되면 속도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결성 -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 데스크탑처럼 사용 가능
윈도우10의 화면 속 모바일 타일은 애니메이션 되면서 어떤게 바뀌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또한 점프리스트로 해당 앱이 아니라도 바로 하부 앱 기능을 실행할 수 있으며 음성인식 시스템 코타나에 상세 메뉴가 생겼다. 코타나는 채팅앱을 실행해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줘라고 하면 앱을 호출해서 그 안의 기능을 이용해서 실행한다. 일반 개발자 기능도 코타나에서 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 회사로서 보다 훨씬 편리하고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는 윈도우10 시대의 새로운 웹브라우저이다. 본래 프로젝트 스파르탄으로 불렸는데 엣지 자체가 하나의 앱이므로 윈도우 폰을 비롯한 모든 기기에서 똑같이 실행된다.
가장 큰 특징으로 윈도우10은 기기를 연결해서 형태를 바꿔 쓸 수 있다. 8인치 태블릿에서 완전히 태블릿스럽게 동작하며 대형 화면과 연결하면 바로 똑같은 화면이 나온다. 하지만 설정에 따라 대형화면에서 바로 데스크탑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나올 수 있다.
데스크탑 유저에게는 데스크탑 화면으로 나오지만 모바일 유저에게는 모바일 상태로 나온다. 어느 정도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라면 폰을 가지고 화면에 연결해서 데스크탑처럼 사용할수 있다. 또한 폰앱과 데스크탑 앱이 모양을 바꿔서 실행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주는 장점은 확실하다. 사용자는 모바일 기기든 PC든 똑같은 앱으로 처리하니 해당 앱을 관리하고 새로 설치하고 제거하기 편하다. 또한 개발자는 한 플랫폼에서 개발한 같은 코드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곧바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들이는 노력에 비해 파급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더 크게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 등장한 윈도우 스토어 포 비즈니스는 기업용 앱스토어로서 MS가 잘해왔던 기업영역이 앱생태계를 키워 윈도우10으로 빨리 넘어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홀로렌즈 - 사용자의 동작까지 반영하는 진정한 가상현실
MS가 내놓은 홀로렌즈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반응이 따라로는 체험이 가능하다. 안경형태의 기기를 머리에 쓰고 앞에서 손짓을 하면 제스처를 인식해서 동작한다.
화면에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현실의 사물이 펼쳐진다. 실제로 있는 방 안에 투명되는 일종의 증강현실인데 저절로 움직이기도 하고 사용자가 조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방에서 가상현실의 개를 기를 수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보았듯 눈 앞에서 가상으로 떠 잇있는 윈도우를 움직이고 크기를 조절해서 벽에 놓는 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홀로그램으로 바로 인체를 보면서 해부학을 배울 수도 있다. 다른 증강현 실기기인 구글글래스는 사용하기 위해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홀로렌즈는 단독 사용이 가능하며 다른 기기와 연계할 수도 있다. 라즈베리파이에 윈도우10을 탑재해서 만든 차량 위쪽에 가상 현실 로봇을 띄우고는 화면상 위치를 잡아놓은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드론이나 지뢰제거 로봇 등에 이용 가능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홀로렌즈는 이전에 개발된 키넥트 같은 동작인식 시스템이 함께 접합되어 있다. 따라서 가상현실을 보는 사람이 반응해서 움직인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컴퓨팅 기기이기에 앞으로 기술의 활용이 크게 기대된다.
클라우드 - 맥, 윈도우, 리눅스에서도 실행되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여기에 MS는 요즘 대세인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모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개발플랫폼은 윈도우 애저, 사무용 플랫폼은 오피스 365, 전체플랫폼 개발은 비주얼 스튜디오로 통합했다.
애저는 아마존과 구글보다 많은 데이터 센터를 가지고 있으며 기업용과 사물인터넷용으로 높은 신뢰성을 가진다. 타사 제품과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된 클라우드 플랫폼이며 오라클, 우분투 리눅스, 센트 리눅스 등도 지원한다. 오피스 365는 가장 많이 사용되고 검증된 오피스, 다른 서비스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가져온 그래프를 엑셀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듯이 연동이 쉽다.
비주얼 스튜디오 역시 클라우드 형식으로서 앱과 웹,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까지 모든 영역을 개발 가능하다. iOS, 안드로이드 앱까지 개발할 수 있으며 맥, 윈도우, 리눅스에서 개발할 수 있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를 공개했다. 이것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데 코드 짤 수 있고, 소스를 관리하며 디버깅 가능한 도구를 전부 포함한다. 이런 클라우드 형식은 언제든 최신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에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MS의 이번 개발자 분위기는 환호성과 박수 같은 시트콤 분위기가 났다. 2015년 행사는 개발자가 그저 소비자가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어울려서 대화하는 장이 많기도 했다. 보통은 한산한 세째날 마지막 시간까지 세션에 사람이 꽉 찬 모습은 MS의 변신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
미래는 언제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MS가 이번 빌드 2015에서 보여준 변신에 숨어있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과감한 돌파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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