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란

문제는 플랫폼이다

Freedom-x 2016. 1. 21. 10:45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다. 당시 미국 사회가 당면한 경기후퇴와 높은 실업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내게 지금 누군가 중소기업 경영을 위한 한 마디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문제는 플랫폼이야”라고 말하겠다. 오늘날 모든 비즈니스는 플랫폼으로 통한다. 기업은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과 플랫폼에 종속되는 기업으로 나뉜다.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이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한상범 스텝에듀 대표

한상범 스텝에듀 대표

하지만 경험과 네트워크, 자본 등 총체적인 비즈니스 역량이 열세인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주도할 능력이 없다면, 그런 역량을 가진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플랫폼의 위력은 공유와 네트워크 효과에서 나온다. 플랫폼은 본래 ‘기차 승강장’을 일컫는 말이다. 기차의 노선이 달라도 필요로 하는 승강장의 구조와 기능은 같다. 따라서 승강장을 만들어 다양한 노선의 기차들이 함께 이용하도록 개방하면, 새로운 노선이 추가될 때마다 새롭게 승강장을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반복활용이 가능한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다. 공유의 힘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산비는 낮아지는 반면,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사용자 수는 더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초 스텝에듀가 ‘500V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이후로 필자도 플랫폼의 위력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500V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벤처연합 기업으로, 지난 2월 공식 출범했다. 다양한 산업군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벤처중소기업들이 한데 모여 경계를 허물고 각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해 시장을 확장하고 핵심 비즈니스를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얼라이언스 M&A’라는 독창적인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1년에 50개 이상씩 총 500개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매해 새로운 테마의 비즈니스 트랙을 개발해 성공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테마는 O2O 교육과 O2O 광고미디어(상반기), O2O 금융(3분기), O2O 제조(4분기) 등 분기별 1개 꼴로 총 4개 카테고리의 플랫폼을 구축한다. 스텝에듀는 첫번째 트랙인 O2O 교육 플랫폼에 속해 있다.

올해로 창립 11년 차에 접어든 스텝에듀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해외 대학 입시에 필요한 GAC(Global Assesment Certificate) 교육센터와 ACT(American College Test) 공인 테스트센터, ACT & Test Prep 교육센터 등을 운영하며, 글로벌 입시 컨설팅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교육기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미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NACAC)의 공식회원 자격을 취득했으며, 미국 최대 대입수능평가기관ACT와 아시아 지역 라이선스 파트너 협약을 맺었고, 전세계 사설 교육기관 중 최초로 ACT 공인 테스트센터를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었다. 2천명 이상의 우리 학생들을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해외 유수 대학에 진학시켰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ACT의 글로벌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꿈은 커져갔지만, 복잡다단하며 변화무쌍한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과 경영환경의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작은 중소기업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때, 500V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았다. 고민과 우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꺼이 합류를 선택했다. 합류 후 5개월 가량 지난 지금,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500V에 합류함으로써 스텝에듀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전형적인 오프라인 중소교육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과 모바일이라는 새롭고 큰 시각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500V는 지난 3, 4월 요즈마그룹과 페녹스VC라는 두 거물급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잇달아 전략적 투자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안목과 세계 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지난 3월 500V와 페녹스VC와의 연합 워크숍에서 스텝에듀의 비즈니스 현황에 대해 발표했을 때의 벅찬 감격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스텝에듀 혼자였다면,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앞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내 모습을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500V 내에는 중견급 제조중소기업부터 모바일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성격과 유형의 기업들이 포진해있는데, 이들 기업과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특히, 모바일에 대해 눈뜬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500V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스텝에듀는 아마도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로, 왜 고객과 매출이 줄고 있는지조차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운영자금 지원과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 부분이다. 입시교육기업에게 있어 연말에서 다음해 3월 무렵까지는 보릿고개에 해당하는 시기다. 매출이 현격히 줄어들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한편, 한 해 농사를 위해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그래서 해마다 이 시기에는 전방위로 영업을 뛰면서 자금까지 융통하러 다니는 이중고에 시달렸는데, 올해는 그런 고생을 피할 수 있었다. 500V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O2O 교육 플랫폼 내에 속한 다른 교육기업들과 고객과 채널, 마케팅을 공유하니, 새로운 고객을 발굴유치하는 것도 한결 수월했다.

10%의 규모의 증가가 2배의 가치가 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200만 명의 고객을 가진 플랫폼의 가치가 100만 명의 고객을 가진 플랫폼의 가치의 10배 이상일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시작하고 규모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스로 거인이 될 수 없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한상범 (스텝에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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