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자

겨우 40대인데 왜 눈이 침침하지?.. "네, 노안 맞습니다"

Freedom-x 2016. 2. 15. 09:55
[동아일보]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일합니다. 법정근로시간보다 두 배는 더 일하는 셈이죠. 제 몸의 근육은 하루 종일 긴장 상태입니다. 저는 다른 어떤 신체 부위보다도 더 일찍 늙기 시작합니다. 저는 눈(眼)입니다.

제 주인인 회사원 안혹사(41·가상 인물) 씨는 요즘 “노안(老眼)이 왔는지 침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네, 노안 맞습니다. 제가 왜 벌써 이렇게 폭삭 늙었느냐고요? 주인님의 하루를 제 입장에서 한번 찬찬히 돌아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오전 7시 반.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 주인님이 제 앞에 스마트폰을 바싹 갖다대고 기사를 읽습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곳에서 작은 화면을 오래 보면 제 근육이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두껍게 만들기 위해 바짝 긴장합니다. 먼 곳을 볼 땐 수정체가 다시 얇아져야 하는데, 요즘엔 이런 ‘자동 초점’ 기능이 예전처럼 빠르게 작동하지 않아요. 이렇게 조절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노안이라고 합니다. 주인님이 스마트폰에 푹 빠져 제 근육을 혹사시켰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30분 들여다봤으면 10분 정도는 먼 곳을 보면서 저를 쉬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꼭이요. 요즘 스마트폰엔 글씨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기능도 들어 있잖아요.

#오전 11시. 주인님이 이번엔 컴퓨터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질 않는군요. 주인님은 평소엔 1분에 20번 눈꺼풀을 깜빡이는데, 모니터를 볼 땐 8번만 깜빡여요. 컴퓨터 작업에 너무 집중해서 눈물막이 다 증발해 버리는 것도 모르나 봐요.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결막염이 될 수 있고, 두통까지 오는 것 아시죠?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저를 깜빡여 주면 참 좋을 텐데…. 증세가 심해지면 70∼80cm 거리에 맞는 중간 거리용 돋보기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대요.

#오후 2시.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외근 나가는 주인님의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저도 모처럼 탁 트인 하늘을 보며 피로를 풀어야…. 악! 그런데 겨울 햇빛이 너무 밝습니다. 피부 못지않게 자외선에 민감한 게 바로 접니다. 저는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가벼운 화상을 입을 수가 있고, 심하면 백내장이나 황반변성까지 걸릴 수 있어요. 스키장에서 고글을 끼는 것처럼 평상시에도 낮에 외출할 땐 선글라스를 꼭 챙겨 주세요. 기분 전환도 되잖아요.

#오후 4시. 하루 종일 고생한 제가 뻑뻑하게 느껴졌는지 주인님이 저에게 상으로 인공눈물을 넣어줍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그런데 뚜껑을 연 지 보름도 넘은 녀석입니다. 온갖 세균이 뒤섞여 들어옵니다. 그럼 그렇지, 오히려 제 몸이 점점 따가워집니다. 주인님은 한술 더 떠 씻지도 않은 더러운 손으로 저를 비비는군요. 저를 세균 배양용으로 쓰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인공눈물 중에는 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보존제가 첨가된 것들도 있지만, 웬만하면 보존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일회용을 이용해 주세요. 보존제의 일부 성분은 각막 세포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답니다.

#오후 8시. 퇴근길에 스마트폰이 울립니다. 주인님의 직장 상사군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조치하겠습니다”를 연발하는 주인님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안압이 상승합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이 제 주위 섬유조직에 영향을 미쳐 압력을 높인다는군요. 안압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3대 실명 질환’의 하나인 녹내장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오후 11시 반. 컴컴한 방 안에서도 주인님의 눈빛은 말똥합니다. 스마트폰 불빛이 제게 쏟아지는군요. 스마트폰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푸른 가시광선)’는 파장이 짧아 눈의 피로를 더하고 심하면 망막 변성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스마트폰에 붙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하루 종일 고생한 주인님과 저를 위해 잠자리에 누운 뒤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게 최선이겠죠.

노안이 심해지면 눈에 렌즈를 이식하면서 각막 표면을 조작해 초점의 범위를 넓혀 주는 ‘노안 라식’ 수술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대요. 하지만 안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수술 3∼5년 후에 노안 증세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네요. 미리미리 눈 건강을 챙기는 게 남는 장사겠죠?

※김병엽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 최진석 새빛안과병원 각막클리닉 과장, 김명준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 안과 전문의들의 조언과 대한안과학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