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이승주 기자 입력 2016.03.08. 07:31
직장인 이모(28) 씨는 최근 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을 통해 집을 구하려다 헛걸음을 쳤다. 앱에 등록된 오피스텔 전세 물건을 보고 중개업자와 연락해 방을 보러 갔지만, 막상 중개업소에 가보니 중개업자는 “손님이 본 물건은 조금 전에 나갔다”며 다른 월세 물건을 권했다. 허위 매물에 낚였다고 느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전세난 가속화 등의 영향으로 직방, 다방, 방콜 등 부동산 중개 앱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허위 매물로 이용자들을 골탕 먹이는 건 모바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싶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지난해 KISO에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7416건으로 2014년(9400건)에 비해 191.7% 급증했다.
중개업자가 주변 시세보다 계약 조건이 월등히 좋은 허위 물건을 내놓고 고객의 연락과 중개업소 방문을 유도한 뒤 막상 고객이 찾아오면 그사이에 매물이 나갔다며 다른 매물을 소개하는 낚시성 허위 매물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조차 기존 거래방식에서 나타난 ‘못된 짓’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으니 온라인이나 모바일이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를 믿기도 힘들어졌다.
부동산 중개 앱 개발업체들은 ‘안심중개사’, ‘허위매물 삼진 아웃제’, ‘헛걸음 보상제’ 등을 마련해 허위매물을 단속하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은 떨어진다.
중개업체가 허위매물을 등록한 것이 적발되더라도 일정 기간 광고를 올리지 못하는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이 고작이다. 중복되는 매물이 없도록 물건 한 개당 중개업체 하나만 등록할 수 있게 만들거나 매물 계약이 끝나면 매물을 내리도록 제한하기도 현실적으론 어렵다. 부동산 중개 앱 업체의 수익은 결국 중개업자들의 광고료에서 나오는데, 이와 같은 조치들은 결국 앱 사업자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동산 중개 앱의 경쟁력은 정보의 신뢰에 달렸다. 부동산 중개 앱이 허위매물로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한다면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려 보지도 못한 채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첫걸음을 뗀 지 얼마 안 된 부동산 중개 앱 서비스가 이솝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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