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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씹어먹기 (1) - 운동방식에 따른 엔진의 분류

Freedom-x 2016. 5. 16. 14:05



자동차의 엔진은 늘 사람의 심장에 비유된다. 박지성은 심장이 2개라지만, 당신과 나 그리고 자동차는 단 하나의 엔진으로 지구상을 누빈다. 엔진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 람보르기니의 V12 엔진


비행기는 엔진의 형태에 따라 그 형상이 크게 달라진다. 프로펠러 비행기와 제트 엔진 비행기는 한 눈에 구별할 수 있다. 자동차는 다르다. 다 똑같이 생겼는데 그 속에 들어 있는 엔진은 다르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엔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작정이다. 첫 시간은 몸풀기로 다양한 운동기관과 그 구동원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번 시간에는 '원리'에만 촛점을 맞췄다. 총론이 아닌 각론이다.


▲ 증기기관 열차


*칙칙폭폭, 증기를 이용한 증기기관


증기기관은 우리가 아는 '엔진'의 조상이다. 필자가 어릴 적 기차를 그릴때면 꼭 굴뚝과 연기를 그리곤 했다. 지금 어린 아이들은 KTX의 날렵한 바디라인을 그리겠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아이들의 머릿 속 기차는 증기기관차였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증기기관을 활용한 것은 1705년부터다. 당시, 토마스 뉴커먼이 대기압과 물의 응축을 이용한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실린더 한쪽이 뚫려 있었고, 피스톤의 움직임도 볼 수 있었다.


▲토마스 뉴커먼과 그가 고안한 증기기관, 갱도의 물을 퍼내는 데 사용됐다


지금 사용되는 엔진이야 피스톤이 1분에 수천번 움직이지만 처음 만들어진 당시에는 15번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험프리 포터라는 소년이 증기기관용 밸브를 개발하고,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처음 '밀봉형 실린더'를 만들고 나서야 피스톤 이동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증기기관은 대표적인 '외연기관'에 속한다. 외연기관이란 에너지원을 태우는 장소가 외부에 있는 기관을 말한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증기기관에는 두 개의 방이 있는데, 하나는 에너지원을 태우는 '연소실'이고 나머지는 피스톤 운동을 하는 '실린더'다.


▲ 증기기관의 작동


두 개의 방은 좁은 복도로 이어져 있다. 연소실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면 이는 복도를 타고 건너가 실린더에 도착한다. 액체인 물이 기체가 될 때는 그 부피가 약 1,200배에 이르기 때문에 수증기의 힘은 엄청나다.


실린더에 도착한 수증기는 압력으로 피스톤을 밀어낸다. 이때 실린더에 찬물을 뿌리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압력도 낮아져 피스톤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피스톤이 상하운동을하면서 스스로 움직이는 기관이 된다. 실린더 반대편에 또 다른 증기를 보내 빠른 왕복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증기기관 원리를 아주 잘 설명한 영상

https://youtu.be/73txXT21aZU


위 사진을 보면 엄청나게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증기기관은 기본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다. 고장이 적고 다루기 쉬울 뿐 아니라, 회전 시작 시 토크가 크고, 속도조절이 용이하다. 역회전도 쉽다. 그냥 반대로 돌리면 된다. 


▲ 기관차 내부의 증기기관


이런 점 때문에 증기기관은 열차에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거대한 연소실에 비해 열효율이 낮았다. 또한, 회전 속도가 빠르지 않아 최고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고, 물이 다 떨어지면 멈출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다.


엄청난 매연도 문제였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지하철이 전기로 움직이지만, 100년 전, 런던 지하철이 처음 만들어 질 때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플랫폼이 매연과 수증기로 가득찼다.


▲영국 지하철 초기 모습을 재연한 행사


증기자동차도 있었다. 1826년 런던에서 일정구간을 왕복하는 증기자동차 노선이 등장했고, 훗날 버스로도 활용됐지만, 가솔린 엔진의 등장으로 그리 오랜 시간 사용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무엇보다 증기기관은 인류가 '피스톤과 실린더'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기 때문이다.


▲ 마즈다 로터리 엔진, Intake가 흡기통로, Exhaust는 배기통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로터리 엔진


로터리 엔진은 프로펠러 비행기 엔진으로 쓰이기도 했던 다실린더 방식과,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삼각형 로터방식 두 가지다. 우리는 차덕이니까 후자를 살펴보자.


로터리 엔진은 우리말로 '회전형 기관'정도로 말할 수 있다. 현대의 엔진은 대부분 피스톤이 왕복하는 '리시프로케이팅(Reciprocating, 이하 리시프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로터리 방식을 사용하는 엔진은 희소하다.


1959년 독일의 F.반켈이 발명한 이후 지금까지 양산차에 로터리 방식의 엔진을 사용하는 회사는 마즈다가 유일하다. 지난 2010년 아우디가 A1 e-트론 하이브리드 컨셉트에 로터리 엔진을 얹기도 했다.


▲아우디 A1 e-트론의 로터리 엔진


▲아우디 A1 e-트론 파워트레인 구조, 트렁크 바닥 아래에 로터리 엔진이 있다


로터리 엔진의 작동원리를 글로 설명하는 것은 키스를 글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 아래 영상을 반드시 보도록 하자.


>>>로터리 엔진 작동원리 영상 https://youtu.be/mF2lR20aPL0


영상으로 쉽게 이해했을테지만, 글로 설명하지 않으면 편집장이 싫어하기 때문에 글로 좀 더 설명해보겠다.


▲ 로터리 엔진의 구조(삼각형로터가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위 그림에서 커다란 원 모양의 공간을 '하우징'이라고 하며, 그 안에서 빙빙 도는 삼각형 부품이 '로터'다. 로터리 엔진에는 연소실이 3개나 있는데 이는 하우징과 로터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기는 공간이다.


즉,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며 로터와 하우징 사이에 발생하는 틈(공간)이 곧 연소실이다. 그렇다면 로터는 어떻게 회전을 할까?


▲ 로터리 엔진의 행정. 4행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피스톤 4행정 기관과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로터가 회전한다. 1번방에 혼합기(연료가 혼합된 공기)가 흡입되면 로터가 돌면서 자연스레 다음 2번방으로 넘어간다.


2번방은 1번방보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기는 압축된다. 이때 2번방에 점화플러그가 불꽃을 튀기면 폭발 행정이 일어난다.


▲ 로터리 엔진


폭발하는 힘으로 로터는 다시 회전하게 되고 다 타버린 혼합기는 자연스레 3번방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이 3개의 방에서 동시에 일어나며 무한 반복되는 것이 로터리 엔진의 기본 원리다.


로터리 엔진의 장점은 각 행정이 자신의 방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흡배기 밸브가 따로 필요없어 혼합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다.


▲ 마찰로 인해 마모된 로터리 엔진


또한 출력에 비해 작고 가볍게 제작이 가능해 피스톤식 엔진 크기의 2/3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혼합기가 하우징의 벽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빠른 연소가 불가능하고 완전 연소가 어렵다.


로터와 하우징이 맞닿는 부분도 큰 문제다. 이 부분에는 '에이펙스 씰(Apex Seal)'이라는 밀봉재가 자리하고 있다. 작은 판스프링이 밀봉재를 하우징 안쪽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혼합기의 유출을 막는다.


그런데 이게 하우징 안쪽을 고속으로 쓸어내다보니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하우징의 마모가 심해진다. 마즈다 RX-7과 RX-8의 경우 대략 주행거리 8만km 이상부터 엔진 내벽을 보강하고 씰을 비롯한 각종 부품을 아예 갈아엎는 리빌드(Rebuild)작업을 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이다.


▲마즈다 로터리 엔진의 에이펙스 씰, 두 가닥의 작은 판스프링도 보인다


▲로터리 엔진의 마모된 내벽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로터리 엔진은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농구공 정도로 크기가 작고 하우징이 엔진의 가장 아래에 위치 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빙글빙글 잘 돌아 '고회전'에 적합하고, 적은 배기량으로도 고출력을 뽑아 낼 수 있다. 피스톤형 리시프로 엔진을 장착한 차들의 계기반을 보면 RPM게이지의 레드존이 6,000RPM부터 시작(가솔린엔진의 경우)하지만, 로터리 엔진의 레드존은 8,500RPM부터 시작한다.


▲마즈다 RX-8의 계기반, 레드존이 8,500rpm부터 시작한다



*위 아래, 위위 아래, 리시프로 엔진


실린더의 상하운동 원리로 움직이는 것을 '리시프로케이팅 엔진', 줄여서 '리시프로 엔진'이라 한다. 1883년 독일의 다임러가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 거의 모든 자동차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행정은 앞서 알아본 로터리 엔진과 같이 '흡입→압축→폭발→배기'순으로 이뤄진다. 리시프로 엔진은 각 행정이 일어나는 시기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2행정과 4행정으로 나뉜다.


▲ 리시프로 엔진의 2행정


리시프로 2행정 엔진 2행정은 배기,흡기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엔진이다. 2행정 엔진에는 흡배기 밸브가 따로 없으며 실린더 위쪽에서 배기가 일어날 때 아래쪽에서 흡기가 동시에 일어난다.


2행정 엔진은 흡배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흡배기 밸브가 따로 필요없어 구조가 간단하며 부품수가 적다.



▲ V8 엔진의 운동


하지만 새로 들어온 혼합기가 배기의 일부가 함께 빠져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배기가스 속에 휘발유가 남아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밸브가 없기 때문에 빠른 행정이 불가능하고, 연료가 불완전 연소된다는 단점이 있다.


리시프로 4행정 엔진의 '4행정'은 위에서 흡입-압축-폭발-배기가 각각 다른 시간대에 일어나는 엔진이다. 2행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흡배기를 위한 밸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리시프로 엔진의 4행정(가솔린 엔진)


흡기밸브를 통해 실린더 안에 혼합기가 들어오고 밸브가 닫히면 피스톤은 위로 솟아올라 실린더 안의 공기를 압축한다. 이때 점화플러그가 스파크를 일으키면 압축기가 폭발하면서 피스톤이 다시 왕복운동을 한다.


4행정 리시프로 엔진은 2행정에 비해 부품이 많이 들어가고 구조가 복잡하다. 하지만 밸브가 있기 때문에 새 혼합기와 헌 혼합기가 섞일 확률이 낮으며 이 때문에 빠른 행정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의 대부분은 4행정 리시프로 방식의 엔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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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carlab.co.kr/lab/column/6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