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는 우리가 알던 청와대와 다르다. 그것도 꽤 많이 달라졌다. 박근혜정부에서 어딘가 딱딱해 보였던 청와대 모습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청와대 근무자들도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가 문을 연 지 보름이 지났다. 청와대 직원들이 꼽는 '달라진 청와대'는 5가지 장면으로 압축된다.
① "제가 벗을게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지난 11일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 참모들과 청와대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오찬장에서 경호원이 상의를 받아주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옷 벗는 정도는 제가…”라며 직접 상의를 벗고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자리에 늦은 문 대통령이 “방금 중국 시진핑 주석과 통화했는데 아주 길어졌어요. 1시간 정도, 50분”이라고 말하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거의 만리장성 쌓으셨어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으로 옮겨 '물리적 거리'를 좁힌 데 이어 대통령과 참모 사이에 쉽게 농담이 오갈 정도로 '심리적 거리'도 줄어든 것이다.
"제 옷을 제가 벗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줄곧 실천되고 있다. 25일 열린 청와대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커피 테이블로 가 직접 커피를 타 마셨고, 회의석에 앉을 때도 손수 상의를 벗어 의자 등받이 걸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경호를 좀 약하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해 경호실장을 당혹케 했던 모습을 '달라진 청와대'의 단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② 오전 9시10분 티타임
문재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10분쯤 임종석 비서실장 등 비서진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항상 이 시간에 참모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날 잡혀 있는 일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그날 처리해야 할 의제를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청와대 춘추관 관계자는 "9시10분 티타임은 지시사항 전달이 아니라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라며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업무지시는 이런 식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듬고, 숙려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수보회의(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거의 회의 방식은 다 잊어 달라.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회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기회가 이 자리"라며 "여기서 여러분이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간다.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
③ 3無 회의
이날 열린 수보회의를 준비하는 자리가 최근 있었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어느 회의에서 수보회의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고,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에 합시다. 월요일 오전에 하면 일요일에 일이 많아지니까, 오후에 하시죠. 목요일은 오전에 하구요.”
청와대 비서진은 일요일 근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말에 반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회의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회의에서 예전처럼 받아적기 하는 식이 되지 않도록 ‘선(先) 논의 후(後) 결론’을 제안했다. 그래서 '받아쓰기' 없고, '정해진 결론'이 없고, '계급장'도 없는 '3무(無) 회의' 원칙이 마련됐다.
④ "숨기지 말자"… '강경화 발표' 뒷얘기
청와대에선 매일 오전 8시40분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수석과 몇몇 비서관이 참석하는 '상황점검회의'가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회의야말로 수석들이 마구 의견을 피력하는 자리"라고 했다. 다른 수석이 발제한 의제에도 기탄없이 반대 의견이 불거져 나온다는 것이다. 수석이 말한 내용에 비서관이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대표적 사안 중 하나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문제였다. 검증 결과를 공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관련 수석들은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전력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 등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을 공개할 것인지, 다른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수석들이 “숨기면 안 된다” “사유를 공개하고 국민께 양해를 구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주로 밝혀 결국 공개키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⑤ '시나리오' 사라진 춘추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의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정부에서 문답을 미리 정하고 시나리오대로 진행했던 전례와 달리 문 대통령이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기자들에게 “질문 있느냐”고 먼저 물어보는 상황이 됐다.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도 ‘피자 토크’ ‘햄버거 토크’ ‘아이스크림 토크’ 등 비공식적인 소통 자리를 만들어가며 입장을 전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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