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저널] 2030 미래 자동차 동력원의 전망
원선웅 입력 2020.06.16 19:00 수정 2020.06.16 21:30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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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국가 핵심 산업 중 하나이며, 수출과 고용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통계 기준 자동차 산업의 종사자 수는 약 35.4만명으로 전체 제조업에서 11.96%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약 657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3.2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위치에 있으나, 2012년 이후 자동차 수출 경쟁력은 계속 하락하여 2018년 수출량은 2012년 대비 22.7%(약 7.2만대) 감소를 기록하였다.
자동차산업의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첫째, 최근 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이 주도하는 4차 산업과 연계되어 초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카쉐어링(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등으로 자동차 산업 및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둘째, 차량에서 배출되는 CO2 및 연비에 대한 강한 규제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수송 분야는 전체 CO2 발생량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각국은 차량에서 배출되는 CO2와 연비 규제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그림 1>과 같이 2017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2025년까지 36%, 2015년을 기준으로 EU는 2030년까지 55%, 한국과 중국은 2020년까지 각각 31%와 28% 연비/CO2 배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으며, EU에서는 2019년부터 초과 1g CO2/km 당 95유로의 벌금이 총 판매 물량에 비례하여 부과된다.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각 회사별 2021년의 CO2 배출량을 추산해본 결과에 따르면, 대상으로 선정된 11개의 회사 중 4개의 회사만이 2021년의 CO2 배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이를 통해 계산된 과징금은 약 5조 8천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까지 초과 1g CO2/km 당 3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2020년부터는 5만원으로 증가될 예정이다.
셋째, 주요 국가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라는 강도높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인도, 일본 등에서는 내연기관 탑재 차량의 생산/판매 금지 관련 규제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독일 연방 상원에서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인증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입법권을 가진 하원에서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 아직은 선언적인 의미만 있을 뿐 실행에 옮기려면 많은 준비와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일부 국가에서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CO2를 감축하기위해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가 도입되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외 9개주에서 도입된 ZEV(Zero Emission Vehicle) 프로그램은 자동차 회사의 3년간 평균 판매량을 기초로 의무 ZEV 판매 크레딧 비율을 할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3년간의 평균 판매량이 10만대이고 10%의 크레딧을 할당 받았다면, 해당 회사는 다음 해에 1만 크레딧을 ZEV 판매로 충족시켜야 한다. 자동차제작사에 대한 크레딧 할당 비율은 <그림 2>와 같이 2018년 4.5%부터 시작해 연간 2.5%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2%에 도달할 예정이다.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전기자동차 및 연료전지 자동차는 한 대당 1에서 4 크레딧을, 하이브리드 자동차(플러그인 포함)는 최대 1.3 크레딧을 부여 받을 수 있으며, 의무 크레딧 할당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체는 1크레딧 당 5000달러의 과징금을 지불해야 한다.
차량 수요가 높은 중국 또한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인 NEV(New Energy Vehicle) 정책을 2019년부터 시행하였으며 의무 NEV 판매 크레딧 비율이 2019년에는 10%, 2020년에는 12%, 2025년에는 20%로 할당된다. 또한 중국은 듀얼 크레딧(Dual credit) 제도의 운영으로, 차량 연비 규제 (CAFC; Corporate Average Fuel Consumption)와 연계하여 초과달성 된 NEV 크레딧으로 CAFC 크레딧 부족분을 채울 수 있으며 크레딧의 기업간 거래가 가능하다. 크레딧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차 판매 승인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에, 현재 중국 내 NEV 보급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 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rs)에 따르면, NEV는 2017년 중국 내 신차 판매 중 2.7%를 차지하였으며 이는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에서 예측한 급진적 시나리오조차 초과 달성하는 수치이다. 이와 같은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로 인한 실제 점유율 증가는 친환경차 시장의 충분한 확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반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의 비현실적인 규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기업평균연비제도 즉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각 기업별 생산
자동차의 평균연비에 대한 규제)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동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19개 주 및 환경단체에서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급변하는 자동차환경에 대응하고 자동차산업의 국가 기술경쟁력을 확보를 위해서는 미래 자동차 동력원에 대한 예측과 시기 적절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매우 많은 전문기관에서 자동차동력원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발표하지만 매년 급변하는 상황과 예측기관의 성향,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측기관인 IHS Markit은 2015년에 향후 5년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점유율을 예측한 바 있으나, 이를 2017년을 기준으로 실제 점유율과 비교해 볼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각각 예측치의 약 36%, 41% 수준에 머물렀으며, 예상과 달리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는 여전히 현재 전 세계 등록 차량 중 96.5%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과 인프라 부족으로 친환경차의 보급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IEA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정도에 따라 2030년까지의 각 동력원 별 점유율 전망을 발표하였다. 2100년까지의 지구 온도 상승이 2℃, 4℃, 6℃인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각각의 동력원 점유율을 예측하였으며, 기온 상승이 낮은 시나리오 일수록 사회의 더 큰 노력과 급진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이에 따르면, 가장 급진적인 동력원 점유율 변화를 보여주는 2℃ 기온상승 시나리오(2DS)에서도 2030년 동력원은 순수 내연기관이 가장 큰 비율(약 50.6%)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하이브리드 차량 또한 내연기관을 장착하기 때문에, 이를 합산할 경우 내연기관의 이용률은 여전히 90% 이상으로 볼 수 있다.
<그림 3>은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위원회에서 2030년의 자동차동력원 점유율을 예측한 것이다. 여러기관에서 발표한 미래 자동차 동력원 전망을 고려하여, 2030년의 자동차동력원의 비율은 평균적으로 내연기관이 65%, 하이브리드가 28%(플러그인 포함), 그리고 배터리가 7%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 수치는 국내학회에서 처음 발표한 자료로써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각 지역별 규제와 정부 정책에 따라 지역별로 동력원이 다양화 될 것이라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CO2, 배출가스 규제와 이에 따른 과징금, 각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들이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전세계 자동차제작사들의 앞날이 이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중단기적 관점에서는 내연기관이 자동차 동력원으로써 여전히 적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내연기관은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여러가지 신기술을 적용해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를 위한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추어져 있는 동력원이다. 또한 내연기관의 전동화와 하이브리드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CO2 규제와 의무판매제도로 인하여, 전동화(48V 시스템)된 내연기관과 PHEV를 포함한 전기자동차의 성장이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제작사들이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에서 나아가, 전동화 된 내연기관, 다양한 하이브리드, 배터리, 수소 연료전지 등 모든 동력원들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기 때문에 전략적인 동력원의 선택과 개발이 필수적이며, 업체간 제휴가 더 활발히 이루어 질 것이다.
지금부터 수 년 후 각 나라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축소와 종료, 인프라구축의 정도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가격경쟁력 등이 전기자동차 보급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고가의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제작사들은 전기자동차 판매에 따른 수익률과 규제 불충분에 따른 과징금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펼칠 것이며, 다양한 동력원에 따른 진정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업체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구조로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의 대부분을 다양한 지역에 수출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과 산학 연관의 유기적인 협조 및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8년 산업혁신 2020 플랫폼에 이어 지난 1월 수소 관련 산업 육성 정책(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40년까지 수소전기차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위해 수소 승용차 620만대 생산, 수소 충전소 1,200개소 구축을 목표로 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의 자동차분야 투자는 미래자동차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주로 자율주행자동차와 수소전기차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중단기 정책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되며 다음과 같은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로 국내 산업 비중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부의 자동차분야 연구비 투자의 대폭적인 증액이다. 둘째로 미래 동력원으로 내연기관, 배터리, 수소 연료전지 등이 공존하게 될 것이며, 자동차산업의 경쟁력확보와 연구생태계 고사 방지를 위해서는 단기, 중장기의 점유율을 고려하여 각 분야별 균형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고려와 지속적인 기술 적합성 분석 과정을 거쳐 중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 및 하이브리드 기술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기술 개발 및 인프라 보급에 투자하는 등 의 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글 / 민경덕 (한국자동차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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