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고 계신 것은 JPG 파일 한 장입니다. 이것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 제공: 노컷뉴스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이 6억 9300만 달러, 한화로 약 785억 원에 팔렸습니다. 이 그림은 직접 붓을 들고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아닌 디지털 아트입니다. 그리고 현찰이 아닌 'NFT'로 거래됐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작품은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입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만, 39)이 제작한 건데요, 지난 2007년 5월 1일부터 50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디지털 아트를 그렸고, 이것을 모자이크로 구성해 경매에 내놓은 것입니다.
크리스티는 1766년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품 경매업체입니다. 비플의 이 디지털 아트는, 지금까지 크리스티 경매에서 실물이 아닌 NFT로 팔린 작품 중 최고가입니다. 현존하는 작가 중 데이비드 호크니(84), 제프 쿤스(66)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작품이라고 합니다.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폴 고갱 등 유명 화가 작품의 경매 낙찰가보다도 더 비싸게 팔린 것이죠.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요, 쿤스와 호크니 작품은 수집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이어서, 작가 본인이 단돈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비플은 본인의 작품을 직접 위탁한 것이어서 785억 원을 전부 받게 됐구요. 이를 언급한 이유는 기사 말미 '저작권'과 관련돼 있습니다.
아래의 이 작품도 비플이 만든 겁니다.
© 제공: 노컷뉴스트럼프가 누워있는 10초짜리 디지털 영상인데, 이건 75억 원에 팔렸습니다.
하나만 더 볼게요. 이 작품은 그린 사람 때문에 더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제공: 노컷뉴스테슬라,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여자 친구이자 가수 그라임스(Grimes)의 작품입니다. '워 님프'(War Nymph)라는 NFT 그림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등 10편의 디지털 작품을 10점을 20분 만에 65억 원에 팔았습니다.
비트코인만 해도 머리 아픈데 도대체 이 NFT는 무엇일까요? 왜 이토록 주목받는 것일까요? 일론 머스크는 불붙은 비트코인 가격에 기름 붓더니, 그의 여친은 또 왜 여기서 이러는 걸까요?
◇ NFT, 쉽게 말해 디지털 원본 저작권 또는 디지털 공인인증서로 보시면 돼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NFT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 작품이 블록체인과 결합된 '디지털 원본 저작권'이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NFT는 '대체 가능하다'는 뜻의 'Fungible Tokens'의 반대 개념인 '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약자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비슷하지만,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가상 자산들과 달리 '대체할 수 없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데 대체 불가능하다는 건 뭐고, 토큰은 또 뭘까요?
◇ 대체 불가능한 자산?
지폐는 대체 가능한 자산입니다. A가 가진 만 원짜리 한 장은 B의 만 원짜리 한 장과 바꿀 수 있죠. 혹은 A의 만원 지폐 5장과 B의 5만 원권 한 장과도 바꿀 수도 있고요. 어차피 총액의 가치가 같기 때문이죠.
대체 불가능한 자산은 지폐처럼 1:1 교환할 수 없는 것을 뜻합니다.
© 제공: 노컷뉴스예를 들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 1위인 '모나리자' 그림을 아무리 똑같이 그리더라도 원본의 가치를 절대 가질 수 없습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인기인 NBA 수집 카드의 경우, 똑같은 크기의 종이 카드이지만, 마이클 조던 23번 카드는 일반 선수 카드의 값어치와는 다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실제 NBA 카드도 NFT가 적용돼 거래되고 있고, 유명 선수들의 레전드 슛 장면이 담긴 원본 영상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네요.
◇ 잠깐! 코인은 뭐고, 토큰은 또 뭔데요?
암호화폐에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코인과 토큰. '고유의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기준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은 코인입니다.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메인넷을 가졌기 때문에 네트워크 생태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토큰은 그럼 반대로,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소리겠죠. 메인넷, 즉 자체 생태계가 없기에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빌려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를 빌리려면 어떻게 하느냐?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활동하려는 네트워크 생태계 룰을 따르거나, 벗어나거나.
예를 들어 토큰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활동하려면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이라는 룰을 따라야 합니다. 이 룰을 따르기 싫다면 '탈중앙화 응용프로그램'(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 토큰의 표준인 ERC-20 토큰의 경우 이더리움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화폐뿐만 아니라 자산의 기능도 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이더리움 네트워크 블록체인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앱(APP)을 디앱(DAPP)입니다. 그리고 이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토큰'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NFT는 하나의 코인을 다른 것과 차별화하는, 추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이더리움 기술이 적용된 것이고,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 작품과 구매자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암호화 기술'을 뜻합니다.
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해 '디지털 콘텐츠의 공인인증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림 등 예술작품과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게임 아이템 등 거래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최초의 NFT는? 다마고치의 블록체인 고양이 버전 '크립토키티'
NFT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이더리움 기반의 디지털 수집품 프로젝트인 크립토펑스(CryptoPunks)에서 시작됐는데요, 이후 희귀 고양이 캐릭터를 만들어 거래하는 '블록체인 기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화제가 되면서 NFT의 개념이 일반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 제공: 노컷뉴스'크립토키티'는 가상 고양이의 생김새가 모두 달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각각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입니다. 희소성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가 1억 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기도 했어요.
'다마고치'가 떠오르셨다면, 네 맞습니다. 다마고치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크립토키티를 사면 무조건 가격이 올라가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거래 비용이 너무 비싸지면서 한풀 꺾인 거라 하네요)
◇ 집도 차도 아니고, 대체 만질 수도 없는 이것을 왜 사는 거죠?
이번엔 다른 고양이 한 마리 잠깐 보고 가실게요.
© 제공: 노컷뉴스혹시 이렇게 생긴 보신 적 있으세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유명했던 고양이 애니메이션 밈 '고양이 냥캣'(Nyan Cat)입니다. 팝 타르트 몸통으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이 고양이 밈은, 오리지널 버전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문제는 이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고, 디지털 형태다 보니 복제·왜곡·유통되기가 너무 쉬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손을 타면서 모양이 변형되는 것은 물론, 원작자나 최초 제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힘들게 된 거죠.
그러나 냥캣 탄생 약 10년 만인 올해, 원작자는 약 7억 원에 이 작품을 팔았습니다. 바로 NFT 덕분입니다.
최초로 제작된 냥캣은,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가 적용되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됐습니다. 그리고 냥캣 원작자는 "이것이 원본이다"라고 인증하며 팔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콘텐츠가 NFT화 되면 그 자산은 갤러리에서 거래되는 그림처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게 됩니다. 해당 자산을 소유하는 것도 '단 한 명' 뿐이고요. 진품 여부는 NFT의 암호화된 정보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대체 무슨 의미?…"디지털 아티스트 저작권 보호, 디지털 자산, 교환 불가 자산되다"
NFT 시장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NFT 시장 정보 사이트 논 펀저블 닷컴과 BNP파리바의 라틀리에(L'Atelier BNP Paribas)에 따르면 올해 NFT 시장 규모는 3억 3800만 달러(3824억 4700만 원) 규모로, 2018년(4100만 달러)에 비해 약 2년 만에 1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NFT를 가장 환영하는 이들은 '디지털 아티스트'입니다.그동안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예술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인쇄본이나 문구류, 의류, 음반 등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작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상에 전시돼 있는 그림, 비디오, 음원 등은 예술가들의 포트폴리오나 카탈로그 같은 역할만 할 뿐인 데다, 마음만 먹으면 이를 얼마든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고 심지어 무단으로 복제해 유통할 수도 있습니다.
불법 복제의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당연히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를 신고하고 처벌에 이르기까지에는, 원작자가 사전에 저작권을 등록하거나 증명서류를 제출하는 등 복잡한 법적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NFT가 대중화되고 디지털 아트를 거래하는 수단으로써 자리 잡는다면 저작권 보호가 수월해집니다. NFT 안의 정보가 예술품의 소유 사실과 소유권을 명시하기 때문에, 디지털 아트를 굳이 물리적인 상품으로 만들 필요도 없고요.
NTF가 적용된 작품을 사면, 이것이 담긴 USB와 함께 인증서를 동봉해서 보내준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들인 비플의 다른 작품들도 평균 6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네요. 최소 5천 개의 그림을 그렸으니 '신흥재벌'이라고 봐야 할 수준입니다.
이렇게 NFT는 원작작의 권리를 보장해주기도 하지만 NFT의 장점은 작품이 리세일 될 때마다 10%~25% 정도의 저작료가 원작자에게 계속 돌아간다는 것에 있습니다.
신흥재벌이 된 비플의 소감으로 이번 기사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기사에선 NFT의 한계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예술가들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디지털 기기와 기술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해왔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수집하는 방법은 없었다. NFT와 함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우리가 미술사의 다음 장인 디지털 예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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