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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경제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졌고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경제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시장의 변화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스마트 경제란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재화의 생산, 소비, 유통 등 경제활동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경제시스템을 일컫는다.
스마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디지털 기술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기업이 활동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였고, 이 시장은 기업이 활동해 온 기존의 시장과는 여러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새롭게 형성된 시장을 ‘연결된 시장(Connected Marketplace)’이라 일컫고 이와 대비하여 기존의 물리적 공간에 기반한 시장을 물리적 시장(Physical Marketplace)이라 일컫도록 하겠다. 이번 장에서는 아마존(http://amazon.com)을 예로 연결된 시장이 물리적 시장과 비교하여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나며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연결된 시장의 형성에 따라 어떻게 경제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연결된 시장(Connected Marketplace)
연결된 시장은 물리적 시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연결된 시장의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http://amazon.com)을 들수 있다. 이를 거래의 공간, 대상, 관계의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도록 하자. 거래 공간이란 거래가 이루어지는 컨텍스트 또는 공간을, 거래 대상이란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를, 마지막으로 거래 관계는 거래 당사자(생산자, 판매자, 구매자 등)간에 거래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의 형태 및 구조를 의미한다.
연결된 시장에서의 거래 공간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연결된 공간(Connected Space)이다.
물리적 시장에서는 물리적 장소에 기반한 매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반면, 연결된 시장에서는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스마트 폰 등을 이용하여 형성된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공간을 일반적으로는 가상공간(Cyberspace)이라고 하나 이 책에서는 연결된 공간(Connected Space)이라고 할 것이다(연결된 공간의 개념은 오가닉미디어랩에서 정립한 개념으로 곧 연결된 공간에 대한 포스트가 올라올 예정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등의 보급은 가상의 공간으로 연결/확장된 물리적 공간 또는 물리적 공간으로 연결/확장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었고 이러한 연결된 공간이 연결된 시장의 거래 공간이다.
예를 들어 도서구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교보빌딩 내의 매장이라는 물리적 장소에서 책의 거래가 일어난다. 반면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연결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책을 구매한다. 이 경우 물리적 장소에 기반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에 기반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공간은 기존의 물리적 공간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교보서점의 경우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마존의 경우 그렇게 볼 수 없다. 아마존에서는 각 책마다 하나의 공간이 형성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매우 세분화된 공간이 생성되지만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위해 단순화하였다.) 그 공간에서 판매자, 구매자, 독자 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의 보급 및 무선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연결/확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에 최근 들어 월마트와 같은 물리적인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스캔하여 바로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상공간에 기반한 서비스를 물리적 공간으로 연결/확장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Amazon PriceCheck app: Use it, get a discount“). 반대로 월마트는 매장내에 재고가 없거나 유사한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매우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여 물리적 공간에 기반한 서비스를 가상의 공간으로 연결/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How Walmart is going all out with mobile“).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의 개념을 바꾸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공간에 기반하여 시장이 형성되고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물리적 시장의 가정을 부적합하게 한다. 매장은 많은 잠재고객들이 모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는 가정, 잘 팔리는 소수의 제품 위주로 진열하여야 한다는 등의 가정은 연결된 시장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존은 구매자와 가까운 곳이 아니라 공급업자와 가까운 곳에서 창업을 하였으며, 수만이 아니라 수백만 종류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연결된 시장에서의 거래 대상은 제품/서비스에 대한 정보(Information)이다.
물리적 시장에서는 제품 그 자체가 거래의 대상인 반면 연결된 시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거래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입하는 경우 소비자는 책 그 자체를 만져보고 살펴본 후 구입을 하게 된다. 교보문고가 파는 것은 책이라 할 수있다. 그러나 아마존을 통하여 책을 구매 하는 경우에는 책에 대한 정보를 보고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책을 아마존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의 판매자(3rd party seller)로부터 구매하는 경우 아마존은 거래서비스(즉 정보)를 파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정보와 이를 구매할 수 있는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파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결된 시장에서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제품에 대한 정보를 판매하는 것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그러한 사고를 하여야 물리적 시장에서의 가정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가정은 물리적 시장에서는 적합한 가정이지만 연결된 시장에서는 부적합한 가정이다. 아마존의 경우 수천만 종류의 제품을 팔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 재고로 가지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예로는 상품을 잘보이는 곳에 진열만 하면 팔릴 것이라는 가정은 물리적 시장에서는 적합하지만 연결된 시장에서는 부적합하다. 아마존의 경우 제품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실제 제품을 만져보지 않고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숨어있는 제품도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연결된 시장에서의 거래관계는 매우 거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Network)이다
거래 관계의 측면에서는 물리적 시장은 사슬(chain)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연결된 시장에서는 네트워크(network)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즉 물리적 시장에서는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간의 관계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는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거래대상과의 관계가 일시적이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책의 경우 저자 ->출판사 ->서점 ->독자로 이어지는 사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면 저자와 출판사, 출판사와 서점, 서점과 독자 사이에는 관계가 존재하지만 독자의 경우 저자, 출판사, 다른 독자들과의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독자의 경우 서점과 거래 관계를 형성하지만(독자가 책을 사지만) 이러한 사실이 다음에 책을 살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서점에서는 독자가 이전에 어떤 책을 샀는지 알지 못하므로) 그 관계가 매우 일시적(temporary)이고 암묵적(implicit)이라 할 수 있다.
연결된 시장에서는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거래대상과의 관계가 영구적(permanent)이며 명시적(explicit)이다. 아마존의 경우 저자, 출판사, 판매자(아마존과 독립적인 판매자), 독자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거래 관계가 형성된다. 저자는 출판사나 판매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와 거래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독자의 경우 수 많은 판매자들과 다른 독자들과 거래관계를 맺을 수 있다. 여기서 거래 관계란 책을 구매하는 것 뿐 아니라 책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즉 무료 거래)을 포함한다. 이러한 아마존에서의 거래는 기록으로 남겨짐으로써 다음 거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거래가 계속되면서 네트워크는 더욱 거대하고 복잡해지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는 기존의 물리적 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와 복잡성을 지니게 된다. 아마존의 경우 수억명의 고객과 수백만 판매자 사이에 수천만개의 제품이 거래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연결된 시장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연결된 시장(Connected Marketplace)은 시간과 공간 개념이 재구성되는 연결공간(Connected Space)상의 정보(Information)로 이루어진 재화를 거래하는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 간의 네트워크(Network)이다.
스마트 경제의 3가지 측면
연결된 시장을 위와 같이 정의할 때 스마트 경제를 (연결)공간의 경제(Space Economy), 정보의 경제(Information Economy), 네트워크의 경제(Network Economy)의 3가지 관점으로 살펴 볼 수 있다. 공간의 경제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재구성된 연결공간의 관점에서, 정보의 경제는 물리적인 재화가 아니라 정보로 이루어진 재화(정보재)의 관점에서, 네트워크의 경제에서는 형태와 크기 등 차원이 다른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 간의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시장과 경제를 보는 것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스마트 경제의 3가지 측면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피드백, 공유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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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kyu Rho, PhD
Professor of Information Systems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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