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비서 같은 인공지능 나올까..글로벌 기업 투자 잇따라

영화 ‘아이언맨’에는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의 시중을 드는 집사 ‘자비스(Jarvis)’가 등장한다. 적(敵)에 대한 신상분석부터 무기 준비, 신체검사 등 아이언맨의 요구를 도맡아 처리하고 때로는 농담까지 주고받는 자비스는 형체가 없는 컴퓨터 인공지능(AI)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아이언맨 속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AI)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집안의 전기와 온도를 조절하고 지난해 말 태어난 딸 맥스에게 이상이 없도록 방을 수시로 점검하는 인공지능 도우미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공개 토론회 때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당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원활하게 공유되려면 인간의 신경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이나 게시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기 위해 ‘빅서’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사람처럼 생각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가리키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해당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영상·음성처리 등의 분야에서만 2015년 1270억 달러(150조원)에서 2017년 1650억 달러(195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를 세운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10억 달러(약 1조1815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메신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에게 말을 걸듯 메시지를 보내면 개인 비서처럼 답변을 해주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식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지난해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바이두는 이 연구소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인공지능 벤처기업 비카리우스에 약 2000만 달러(약 236억원)를 투자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딥러닝 관련 기업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의 개발을 주도한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고,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인공지능 관련 전시 공간이 작년보다 71%나 커졌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주력하는 이유는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상에서 사용 중인 인공지능은 애플의 ‘시리(Siri)’나 구글의 ‘나우(Now)’와 같은 개인 비서 서비스 정도이지만, 앞으로 ICT는 물론 이동수단·제조·의료·금융·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GE·BMW·하이얼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을 선보이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로봇이 투자 상담을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운용하는 자산은 5년 후 2조 달러(약 237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딥러닝·머신러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의 상용화도 앞당겨질 전망”이라며 “인공지능은 또 한 번의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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