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변화가 많아서일 겁니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습니다. 이후 삼성은 그룹 주축 사업 중 하나였던 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사는 데 익숙했던 삼성이 팔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특히 롯데에 매각한 삼성정밀화학이 어떤 회사입니까.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1964년 한국비료란 이름으로 만들었지만 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지분 51%를 국가에 헌납했다가 94년 다시 사들인 회사가 바로 삼성정밀화학 입니다.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더 많은 계열사를 팔 것이란 소문도 끊이지 않고, 지난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난 것도 ‘삼성 걱정’의 요인입니다.
하지만 진짜 걱정은 삼성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그 성장세가 꺾인 게 확연하고, 스마트폰의 부진을 메워줬던 반도체도 향후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아, 삼성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모토로라 노키아의 길을 따라 가는 걸까요.
저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요즘 삼성전자는 잘 되는 게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한 번 볼까요. 지난해 장사를 잘 못했다고 했는데도 매출액은 200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26조3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고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617개 기업의 1~9월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단 한 곳의 비중이 무려 44%에 이릅니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죠.
걱정일랑 접고 발 닦고 자고 싶은데 그게 아닙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한치 앞을 모르겠다. 올해 사업계획도 정확한 근거나 데이터가 아닌 그냥 대략적인 그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사업은 어느 때보다 힘들 거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 삼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상이 광속도로 변하고 있는지라 자신 있게 내일을 전망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매출이 20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 삼성이기에, 만약 잘못되면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치기에 걱정하는 겁니다.
과연 10년 뒤 삼성은, 삼성전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후를 얘기하기에 앞서 10년 전을 돌아볼까요. 혹 과거가 미래의 길이 될 수도 있으니. 2005년 삼성전자는 57조4576억원의 매출과 8조5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10년 새 매출은 3.5배,영업이익은 3.3배 커졌습니다. 이 기간 중 삼성은 TV에서, 스마트폰에서 세계 1위 자리에도 올랐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극적입니다. 삼성은 2007년 처음 나온 아이폰의 파괴력을 깨닫지 못했다가 부랴부랴 2008년 옴니아, 2009년 옴니아2를 내놓습니다. 이 옴니아,대단했습니다.
2010년 경제부장이었던 남윤호 중앙일보 뉴스룸 국장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옴니아를 통화 도중 내동댕이치기도 했답니다. 당시 그런 사람 많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앞당기기 위해 이렇게 엉망인 스마트폰을 내놨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랬던 삼성전자였지만 결국 갤럭시로 세계시장을 제패합니다.
미래 10년도 과거 10년 같으면 참 좋을 것 같네요.
그러면 10년 뒤 삼성전자는? 그때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반도체를, TV를 만들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 만드는 제품의 일부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반도체 정도?
삼성은 2010년 자동차용전지, 의료기기, LED, 바이오제약, 태양전지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했습니다. 바이오는 여전히 삼성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이 하고 있는 바이오는 퍼스트무버가 아닌 패스팔로우에 불과합니다. 세계적인 제약사들과 견주기엔 그 격차가 아직도 큽니다.삼성은 스마트자동차,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헬스케어 등에도 관심을 쏟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무리입니다. 이들 분야에선 이미 삼성을 앞서가고 있는 기업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삼성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IBM이나 GE 같은 기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삼성 직원도 아니면서 웬 삼성 걱정이냐고요? 2004년 미국 미시건 주의 앤아버로 1년 연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학교는 국적별로 팀을 만들어 ‘자기 나라에서 자랑스러운 것 세 가지’ 뽑도록 했습니다. 거기에 당당히 낀 게 바로 삼성 애니콜 휴대폰이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삼성폰을 쓰는 게 자랑스러웠던 겁니다. 삼성이 잘 되면 그냥 기분 일 아닌가요?
중앙일보 김준현 산업부 부장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년간 11세 늙은 대한민국..나이지도 바뀐다 (0) | 2016.01.18 |
---|---|
2015년 인터넷 '빅이슈'는? - "카카오택시에서 인터넷은행까지"... (0) | 2016.01.16 |
경찰, 비노출 단속 '암행순찰차' 어떻게 생겼나..3월부터 도입 (0) | 2016.01.15 |
진정한 부자들의 특징 (0) | 2016.01.14 |
반도체처럼 .. 자동생산 시스템으로 키우는 '상추 공장' (0) | 201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