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카카오 택시·우버.. 'O2O 서비스'로 떴죠
[경제 교실] - 온라인서 터치하면 오프라인서 짠~ 음식배달부터 빨래·주차 대행까지 앱으로 저렴하게 주문할 수 있어 카카오 "O2O로 한국인의 삶 바꿀 것" - 비정규직이 다수.. 고용 안정성 논란 영세 자영업자 생존 위협 문제도조선비즈 김재경·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보 입력 2015.12.14. 03:07
요즘 IT(정보기술) 관련 뉴스에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O2O'라는 것입니다. 'O2O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O2O 서비스를 확대한다' 'O2O매장을 늘린다'…. 한 증권사는 "지난해 투자를 많이 받은 국내 신생 벤처기업 순위를 조사해 보니 O2O 관련 기업이 가장 많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로 유명한 카카오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목표를 "O2O 서비스를 통해 한국 사람의 생활을 바꾸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바일 시대에 새 화두로 떠오른 O2O는 과연 우리 삶과 경제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이사 날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시대
배달 앱은 O2O 서비스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예전에는 새로 이사 간 동네에서 짐을 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짜장면집에 배달을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서울 쌍문동 골목처럼 정감 넘치는 동네라면 이웃에게 물어보면 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동네라면 114에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개는 맛은 포기한 채 신속 배달하는 가까운 짜장면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합니다. 스마트폰에서 '배달의 민족' 같은 앱을 실행하면 메뉴마다 주변 식당들이 주르륵 나오고 그 식당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 맛은 어떤지, 배달은 빠른지, 주인은 친절한지 등 평가까지 남겨둔 걸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오프라인상의 수많은 음식점과 상인을 온라인 공간에 불러 모은 뒤 이들을 소비자들과 연결한 덕분입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소비자는 더 싸게, 더 빨리, 원하는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습니다. 가게들도 매출이 올라 서로에게 이익이 됩니다.
◇마법 같은 주차대행 서비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차대행 서비스 앱 '럭스(Luxe)'는 O2O의 특성을 좀 더 잘 보여줍니다. 요즘 같은 연말에 주차난으로 악명 높은 도심으로 차를 몰고 간다는 건 엄두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출발한다 해도 빈자리가 없거나, 비싼 주차비를 각오해야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전혀 다른 해법이 있습니다. 출발 전 '럭스'라는 앱을 실행해 자신의 행선지만 입력하면 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유니폼을 입은 발레파킹 요원이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길에 나와 있습니다. 차 키를 건네받은 다음 알아서 차를 몰고 갑니다. 맡겼던 차를 다른 곳으로 불러오는 일도 가능합니다. 앱으로 '차를 어디로 가져와 달라'고 주문만 하면 됩니다.
호텔이나 음식점의 발레파킹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고요. 일반적으로 발레파킹 요금은 보통 20~30달러가 넘고 1시간이나 2시간 등 시간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직접 차를 대면 하루 주차 요금이 30달러가 훌쩍 넘습니다. 그런데 럭스 서비스는 하루에 최고 15달러면 어디를 가든 주차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바일 기술과 유휴 자원 결합
어떻게 이렇게 싼 비용에 편리한 서비스가 가능한 것일까요. 놀고 있는 주차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 등 유휴 자원을 이용하여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킨 것이 비결입니다. 우선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용률이 낮은 주차장을 대거 확보합니다. 주차장 주인은 빈 공간을 그냥 놀리는 것보다 나으니 싸게라도 계약을 합니다.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발레파킹 요원들은 프리랜서들입니다. 이들은 스케이트보드, 접이식 전동휠 같은 이동 수단으로 도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호출이 올 때마다 GPS(위성위치파악시스템)로 위치를 찾아서 달려갑니다. 대리운전 기사를 연상하면 됩니다.
주차대행이나 음식 배달뿐만 아닙니다. '스푼로켓(SpoonRocket)'이라는 앱은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주문하면 고객 대신 사와서 현관에 대령해줍니다. 빨래를 대신해 주는 와시오(Washio), 심지어 짐가방을 대신 싸주는 더플(Dufl)이라는 앱까지 있습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거인이 따로 없습니다. 요술램프가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이지요. 국내에서도 택시, 부동산, 학원, 인테리어, 헬스장, 농산물 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O2O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O2O 경제의 그늘
이런 서비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빈방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입니다. 일이 필요한 운전자와 놀고 있는 차량, 비어 있는 방이라는 유휴 자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모델이 각 분야로 퍼져나가면서 O2O가 대중화됐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예전 부자들이나 누리던 편리한 서비스를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그것도 놀랄 만큼 싼 가격에 이용 가능합니다. 초고속 이동통신망과 고성능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O2O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물건·서비스를 곧바로 살 수 있는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O2O 서비스들이 싸고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방대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미국만 해도 우버 운전자나 럭스 주차 요원과 같은 프리랜서가 53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보기 힘든 비정규직들입니다. O2O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정규직처럼 대우한다면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O2O 서비스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내세운 글로벌 O2O 회사에 밀려 영세한 지역 자영업자들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각국에서 택시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마찰을 빚는 우버가 대표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규 비즈니스를 무조건 불허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사회적 합의로 논란을 해결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때 O2O는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전 인류에게 기회의 창이 될 것입니다.
☞시사용어 : O2O(Online to Offline)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 온라인·모바일 기술을 오프라인 사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적용하는 것.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할인 쿠폰을 보내 이들을 매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그런 사례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 형태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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