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현대車, 인공지능 '알파카' 개발한다

Freedom-x 2016. 4. 6. 11:19

기업체 임원 A씨가 지방 출장을 위해 자동차 뒷좌석에서 목적지를 입력하자,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는 스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A씨는 차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로 사내 전산망에 접속해 부하 직원이 올린 전자문서를 결재했다. A씨는 집에 누군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리자, 모니터를 통해 택배기사가 다녀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자동차 모니터에서 집 에어컨 작동 버튼을 눌렀다.

현대기아자동차는 5일 이처럼 자동차가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미래형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의 개발 개념과 전략을 공개했다. 구글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개발한 것처럼, 현대기아차도 인터넷과 연결된 인공지능 자동차인 '알파카'를 개발해 운전 편의와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달리는 컴퓨터'로 만든 뒤 인터넷으로 자동차·집·사무실을 연결, 자동차에서 일상 업무를 보는 것은 물론 완벽한 자율 주행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자동차의 대용량·초고속 통신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차량 네트워크’ 관련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래차 기술 개발에 역량 결집"

커넥티드 카는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초(超)연결 지능형 자동차'다. 이는 자동차 기술과 IT(정보기술) 융합의 결정체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부터 고속도로와 도심을 비롯한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운전자의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통합 자율 주행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까지 자율 주행과 자동차 IT 개발에 투입할 돈만 2조원이다.

완벽한 자율 주행을 위해선 차량 안팎의 센서·카메라·레이더 등을 통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고, 도로 환경 등 교통 기반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사물과 정보 교환(V2X, vehicle to everything)이 가능해야 한다. V2X를 지원하는 자동차는 주변 교통 상황과 다른 차량의 목적지 등을 분석해 개별 차량에 최적화된 자율 주행 이동 구간을 안내할 수 있어 시간·에너지 손실 감소와 환경 오염 최소화가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한 ▲지능형 원격 서비스 ▲완벽한 자율 주행 ▲스마트 트래픽 ▲모빌리티 허브 등 4대 중점 분야를 선정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스마트홈 연계 서비스 등에 연구·개발을 집중한다. 스마트폰 연계 서비스는 스마트폰 기능을 아예 자동차로 옮기는 것이고, 스마트홈 연계 서비스는 자동차에서 집에 있는 IT·가전 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는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미래 '커넥티드 라이프'에서 가장 광활한 미개척지"라면서 "커넥티드 카 기술 주도를 통해 자동차가 생활 자체가 되는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완성차 업체, IT 개발에 사활 걸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4일(현지 시각)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자율 주행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회사인 '도요타 커넥티드'를 미국에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요타는 자율 주행 기술의 핵심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월엔 자율 주행의 핵심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 'TRI'를 세우고 5년 동안 1100억엔(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요타는 외부 인재를 활용해서라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잡지 않으면 구글의 하도급업체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산도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율 주행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독일 BMW는 2014년부터 중국 인터넷 업체 바이두와 자율 주행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독일 아우디·벤츠·BMW는 지난해 공동으로 핀란드 노키아 산하의 디지털맵 회사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자동차 개발의 핵심은 자동차와 IT 등 기업 간 융합"이라며 "국내 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규제 해소와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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