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외화내빈' 제조업 실태 보니
- 한국은 꿈도 못꾸는 가스 터빈
연간 유지·보수비용만 2000억… GE 등 외국기업 주머니 속으로
- 국내 최장 뽐낸 인천대교도…
설계는 일본, 케이블 설치는 佛… 한국은 상판 연결 등 다리만 놔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안양 열병합발전소. 지름 약 10m에 달하는 거대한 가스 터빈이 굉음을 내면서 돌고 있었다. 열병합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1047℃의 초고온 가스를 활용해 분당 3600회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이다. 이 가스 터빈 한구석엔 '알스톰(Alstom)'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 GE에 합병된 프랑스 중공업 회사 이름이다. GS파워의 김응환 상무는 "고온에도 녹거나 휘지 않는 첨단 소재 기술, 단 몇 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첨단 제조 기술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며 "다른 설비는 대부분 국산이지만 이것만큼은 아직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30여개의 중·대형 열병합발전소에서 쓰이는 가스 터빈 중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은 하나도 없다. 모두 미국 GE 혹은 독일 지멘스, 일본 MHPS(미쓰비시 히타치 파워시스템스) 등 외국 업체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아직 고온·고압을 버티면서도 정확하게 가동되는 대용량 터빈을 만들 수 있는 소재 기술과 기초 설계 경험이 없다"고 했다.
◇국내 최장 다리도 외국 기술에 의존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총 길이 21.38㎞의 인천대교.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이자 세계에서 여섯째로 긴 다리다. 지난 2009년 이 다리가 완공되자 "한국 건설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시공은 우리나라 기업이 했지만, 그 핵심 기술은 대부분 외국에 의존해 만들었다.
우선 설계부터 외국 회사의 몫이었다. 인천대교 같은 대형 교량에선 바람과 파도, 자동차 통행량, 지진 등 다리에 걸리는 다양한 힘을 분석해 절대로 무너지지 않게 디자인하는 '구조 설계'가 핵심이며, 이 설계를 일본의 조다이(長大)라는 업체가 맡았다. 1968년에 설립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20여개의 대형 교량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회사다. 한 토목 설계 전문가는 "이 회사의 하마지(浜島)라는 기술자가 인천대교는 물론, 영종대교의 구조 설계도 맡았다"면서 "이 사람 한 명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이 우리나라 교량 설계 업체 전체를 합친 것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인천대교는 주탑에서 뻗어나온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사장교다. 이 케이블의 제작과 설치 역시 외국 회사들이 맡았다. 케이블은 일본 철강회사 신일본제철(新日本製鐵)이 만들었다. 케이블의 설치는 프랑스의 프레시네(Freyssinet)라는 기업이 맡았다. 고현무 서울대 교수(토목구조)는 "국내에 이런 기술을 가진 회사가 없다"며 "결국 아무리 비싸도 외국 회사가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천 기술 부재가 기술 종속으로 이어져
원천 기술의 부재는 기술 종속으로 이어진다. 대형 터빈이나 바다를 연결하는 교량 등의 유지·보수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그때마다 처음 기술을 제공했던 해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스 터빈에는 한 개당 가격이 자동차 한 대에 버금가는 날개 200~300개가 들어가는데, 이를 교체하고 수리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해외 기업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실제 가스 터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발전 업체들이 지출하는 보수 비용은 연간 2000억원이 넘는다. 강신형 서울대 교수(유기기계)는 "터빈 값보다 터빈의 유지·보수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가스 터빈 한 대를 팔아 수십년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선진국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9/2016041900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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