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즐기는 꽃기린
산림청 파워블로거 / 산타벨라
어제는 오랜 만에 여고 동창생을 만나 끝없는 수다로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는데요, 이 친구가 대뜸 한다는 말이 "얘, 나는 네가 왜 그렇게 화초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무슨 꽃타령이야? 했었지. 한데 말이야, 얼마 전 꽃집을 지나는데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애지중지 키우시던 꽃기린을 보니 너무 반갑더라구. 그래서 한 포트 사왔는데 꽃도 잘 피고 쑥쑥 자라는 게 아주 신기하더라. 요즘 내가 고 녀석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나도 우리 엄마처럼 크게 키워볼 거야."
친구의 말처럼, 어린 시절 집집마다 엄마들이 많이 키우시던 화초 중 하나가 바로 이 꽃기린(花麒麟, Euphorbia milii)이 아닌가 싶습니다. 싱그러운 초록색 잎사귀 위에서 명랑하게 빛나는 노랑, 분홍, 빨강의 꽃잎 같은 포엽(bract, 苞葉)이 즐거운 느낌을 전해주는 국민 초록이라고나 할까요?
줄기가 높이 자라면서 꽃이 달린 모양이 기린을 닮았다고 해서 꽃기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지요. 줄기에 붙어있는 가시 때문에 꽃기린 선인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선인장 종류는 아니고 대극과(Euphorbiaceae)에 속하는 다육질의 식물이에요.
귀여운 겉모양과는 달리 굵은 줄기에 빽빽이 돋아난 가시는 아무 생각없이 만졌을 때 아얏!하는 소리를 지를 만큼 위협적이니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녀석을 다룰 때에는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답니다.
'예수님의 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꽃기린은 예수가 머리에 썼던 가시 면류관이 바로 이 식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전해지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에 녀석의 영어 이름이 'Crown of thorns'랍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물주기만 잘하면 별탈없이 잘 자라는 식물 중 하나여서 초보자가 키우기에도 만만한 꽃기린.
가을이 깊어가면서 뺨에 와 닿는 바람의 온도가 나날이 달라지는 요즘, 점점 따뜻하고 푸근한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이 때, 사람이 사람을 순수하게 그리워하고 정이 많았던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꽃기린 하나 키워보세요.
꽃기린 잘 키우는 방법
1. 알맞은 햇빛 쪼이기 : 직사광선 또는 그에 가까운 밝은 햇빛
2. 올바른 물주기 : 다육질의 식물이므로 흙은 건조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장마철이나 한겨울에는 물을 주지 않는 게 좋다. 물빠짐이 좋은 흙(분갈이 흙:마사토=1:1)에 심고 화분의 흙이 모두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준다.
3. 번식 방법 : 꺾꽂이(삽목). 줄기를 자른(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즙액은 닦아버린다) 후 2,3일 그대로 두어 자른 면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른 흙에 심고 2 주일 후에 물을 준다. 봄이나 가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
4. 조심 : 줄기나 잎을 자르면 하얀 즙액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약한 독성이 있으므로 눈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묻은 채로 오래 두지 않도록 한다.
5. 월동 : 노지월동이 되지 않으므로 겨울에 최저 영상 5도 이상이 되는 밝은 장소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