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자동차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요소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 구조는 기본 성능, 가격, 디자인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친환경·자율주행을 기점으로 산업 구조 재편은 물론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까지 예고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조원의 투자를 감행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첫 번째 전환점으로 삼는 시기는 2020년. 이제 불과 4년을 남겨 두고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은 빅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 레벨3 고속도로 자율주행 상용화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자동차 스스로 가속, 제동, 조향을 할 수 있는 준자율주행차는 2015~2020년에 연평균 134% 성장한다. 2020년 세계에 약 1000만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자동차 스스로의 상황 판단으로 자율 운행되는 자율주행차 등장을 2019년으로 예상했다.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 모드 도중에 사망 사고가 미국에서 일어나면서 자율주행 기능에 회의 시각도 제기됐지만 기술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 1차 목표는 2020년 레벨3 상용화. 레벨3는 고속도로 주행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손과 발을 자유롭게 뗄 수 있는 수준이다. 위험 상황 또는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조작, 수동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토요타는 오는 2020년에 고속도로에서 운전자 제어 없이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차 계획을 지난해 말 공개했다. BMW는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2021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디지털 커넥티비티, 새로운 개념의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담은 `아이넥스트(i NEXT)` 전기자동차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포드와 지엠 역시 2020년을 목표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자율주행 운행 면허를 획득했다. 국내에서도 첫 자율주행 운행 면허를 받아 테스트하고 있다.
부품업체도 2020년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이후 자율주행기술 양산을 목표로 최근 국내 부품사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 차량에는 자율주행 모드 때 사람의 눈과 손·발을 대신할 수 있도록 차량 앞·뒤·측면에 레이다 5개, 전방 카메라 1개, 제어장치(MicroAutobox)를 장착했다.
각국 정부도 제도를 개선키로 했으며, 기술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잡고 도로 인프라 구축,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조만간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된 세부 허가 요건을 마련, 시험운행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밀 수치지형도가 적용된 차로 정보를 제공하고, 정밀 위성항법 및 위성항법장치(GPS) 정확도를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시범도로는 2019년까지 서울톨게이트(TG)에서 신갈나들목(JC) 구간에 마련된다.
일본 정부는 제도 개선은 물론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가 공동 개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 신차 비중의 두 자릿수 이상 차지할 것”
각양각색 친환경차도 쏟아질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계열과 수소연료전지(FCEV) 자동차 등으로 다양해질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각자 2020년까지 10종이 넘는 친환경차를 내놓기로 하면서 친환경차 경쟁도 2020년에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충분해지면서 자동차마다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16종을 추가, 총 28종으로 친환경 라인업을 갖춘다. 폭스바겐그룹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 20종 이상을 추가, 총 29종으로 늘린다. 2025년까지는 전기차만 30종을 내놓는다. 포드는 2020년까지 13개의 추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으로, 신차 비중을 2020년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한다. 다임러는 앞으로 2년 동안 70조유로를 투자, 2021년까지 대표 전기차 4종 이상을 출시한다.
친환경차 종류도 다양해진다. 디젤 하이브리드, 디젤 PHEV, 수소 PHEV, 바이오 에탄올 연료전지차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현대차와 재규어 등은 내년께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는 내년에 수소 PHEV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도 SUV, 오픈톱 모델 등으로 다양해진다.
친환경차의 문제점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2018년부터는 전기차의 1회 충전 거리가 300㎞ 이상으로 확대된다. 닛산은 수소차의 충전소 구축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바이오 에탄올로 구동하는 연료전지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사탕수수, 옥수수로부터 추출되는 연료를 사용해 차량 내부에서 수소 기반 전력을 생산하는 형태다.
◇산업 구조 재편
미래 자동차 등장은 산업 구조까지 재편할 것으로 예측된다.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 주는 조력자 수준에서 더 나아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까지 개발된다면 자동차 숫자가 오히려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차체를 설계하는 경쟁력은 떨어지더라도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서비스로 무장할 수 있다. GM 등은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리프트에 투자한 바 있다. 지엠과 리프트는 무인택시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 가운데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의 확산은 부품 산업의 재편을 의미한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에는 배터리와 모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부품 수가 확연히 준다. 배터리와 모터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의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테슬라가 대표 케이스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IT 업체와 자동차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은 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 시장에서도 자동차 업체와의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미래 자동차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장”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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