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각축전이 뜨겁다.
3차 산업혁명기가 `세상을 자동화하는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기는 AI로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다. AI시대가 본격 개막되면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콘텐츠와 쇼핑 등 서비스 이용자들의 취향을 읽어서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부터 글이나 자료 작성,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AI가 널리 사용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하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AI 플랫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 인수는 물론 고급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AI가 산업계는 물론 사회 풍속도를 확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에 등장한 스마트폰도 사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AI는 이를 뛰어넘는 `퍼펙트 스톰`급 충격파를 사회 전반에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측면에서 제조업은 물론 금융, 운송, 컨설팅 등 대부분 분야에 AI가 접목돼 산업 지형도가 바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AI는 대부분 서비스 영역에 그치고 있다. AI를 활용한 대규모 사업이 실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편이다. 글로벌 IT 기업이 잇따라 AI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다.
구글은 2001년 이후 14년 동안 AI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데 약 33조원을 투자했다. 2014년에는 영국 AI 기업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AI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다. 알파고는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압승, 관심을 불러 모았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하는 등 AI 기술 개발에 적극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비서 `구글어시스턴트`, 사물인터넷(IoT) 허브 `구글홈`, AI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알로` 등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음성인식 정보검색 서비스인 `시리`의 생태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시리가 서드파티 앱과 연동되는 것이다. 이용자가 시리에 “카카오톡으로 A에게 7시에 만나자고 연락해”라고 지시하면 시리는 카카오톡을 실행,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는 시리 생태계 확장을 위한 포석이다. 또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iOS가 탑재된 모바일 기기에서만 작동된 시리를 PC와 노트북PC 운용체계(OS)인 맥OS에도 넣을 방침이다. AI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성을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얼굴 인식 업체 `이모션트`, AI 대화 기술을 보유한 `보컬IQ`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2013년 말 AI연구소를 설립, 이 분야 실력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와 프랑스 파리 등에 AI 연구소를 세워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AI 채팅플랫폼인 `챗봇`도 최근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챗봇과 같은 AI 대화서비스가 일상화되면 물건을 주문할 때 직접 가게에 전화를 걸 필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억 이용자를 기반으로 AI 기반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IBM도 AI 왓슨을 각 산업 전반에 접목해 거대한 AI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달에는 왓슨 IoT기술을 적용한 12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공개했다. 이 버스는 차량 외부에 장착된 30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 AI가 운전한다. 또 승객과의 일상 대화가 가능해 승객이 목적지를 말하면 목적지와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운행한다. IBM은 또 사이버 보안을 학습한 왓슨을 연내 베타버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MS는 최근 채팅 앱 `완드랩`을 개발한 완드랩스를 인수했다. 자사 AI인 `코타나`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빌드(Build) 2016` 개발자회의에 참석해 “모든 것에 지능을 불어넣겠다”며 `플랫폼과 대화`라는 개념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모든 기기는 AI 기반으로 진화할 것이고,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화`가 사람과 IT 기기 간 핵심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전자 대기업도 AI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전력과 상품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과 인간과 회화가 가능한 로봇 분야에서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도 AI의 적극 활용을 새 성장 전략 핵심으로 규정,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에서 나오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AI 산업 주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AI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기업 수는 48곳, 투자 규모는 총 14억2000만위안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향후 AI 시장 규모를 1000억위안(약 18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지난해까지 AI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는 총 6900건이다. 미국(9786건)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가운데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1030건의 특허를 냈다.
글로벌 IT 기업은 AI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자사 기술 공개로 더 많은 개발자 우군을 확보, AI 생태계 진화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MS는 AI 코타나와 스카이프 번역 음성 인식 기술 등을 오픈소스했다. 이어 최근에는 딥러닝 툴 킷 CNTK(Computation Network Toolkit)와 분산 머신러닝 툴 킷 DMTK(Distributed Machine learning Tool Kit)를 오픈했다.
구글은 텐서플로(Google TensorFlow)를 오픈소스했다. 텐서플로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데이터 플로 그래픽 방식(Data Flow Graph)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페이스북도 AI 기술을 위한 오픈소스 하드웨어(HW) 빅서(Big Sur)를 공개했다. 빅서는 머신러닝 데이터를 학습할 때 사용되는 서버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바이두도 자체 개발한 AI SW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자사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AI 기술인 WARP-CTC는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머신러닝 기술에 적용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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