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는 우리 집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전원주택의 로망이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들을 풀어낸다고 하면 그 중 하나는 아마 벽난로일 것입니다. 겨울에 가족이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다과를 함께 하는 것은 무척 익숙한 상상이죠. 그래서 전원주택을 짓는 건축주들의 상당수는 벽난로를 설치하고 활용하는 것을 계획합니다. 그동안 꾸준한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주택 자체의 단열 성능도 향상되면서 벽난로는 로망 이상으로 효율적인 난방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3월까지 약 6개월간 벽난로를 사용한다고 할 때 들어가는 장작은 통상 3~4t. 바로 사용가능한 절단 장작의 경우 1t당 15~20만원 선으로, 한 달 기준으로는 약 1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는 장작 조달에 수고를 들이면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가스나 석유 등의 기존 에너지원의 난방비와 비교해도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난로는 생각만큼 우리의 삶에서 익숙한 난방설비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거 문화에서 난방은 온돌, 즉 바닥난방이 주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벽난로의 공기난방은 주택의 난방에서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보통 바닥난방과 겸용으로 활용합니다.
또한 연소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연도(煙道, 연기배출구)를 통한 외기와의 접촉은 최근 주택의 기밀과 단열이 더욱 강조되면서 벽난로 설치 여부를 더 신중히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외부공기를 끌어들여 연소하는 기능을 가진 벽난로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패시브하우스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주택에는 보통 추천하지 않는 편입니다. 벽난로는 청소나 유지관리를 포함해 사용자의 어느 정도 수고를 요구하는 난방기기이기도 합니다. 에너지원인 장작을 구해 넣는 것도 가스나 석유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장작도 아무 나무나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수분을 많이 머금은 장작은 연기도 많이 나고 열량도 적죠.
한편 보일러와 달리 직접적인 화기(火氣)에 의한 난방이기에 내화자재의 시공 및 화재 안전 대책이 더 중요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벽난로와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
전문가들은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벽난로와 연도 청소 및 점검을 권장합니다. 가을로 한창 접어든 10월은 난방수요가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해 보통 이때 사용 전 점검을 하지요. 연도는 먼저 맨눈으로 확인한 다음 두들겨 소리를 들어보고, 시험 삼아 장작을 태워 연기의 흐름을 파악합니다. 연도를 두들겼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거나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는다면 청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벽난로 청소는 본체 내부 청소와 연도 청소로 나뉘는데, 내부는 충분히 소화된 후 브러시로 안을 쓸어내고 부식된 부분은 새로 칠해 정비합니다. 벽난로 유리문에 묻은 그을음은 헝겊에 재를 묻혀 닦아내면 잘 지워집니다.
연도는 지붕의 역풍방지기를 분리한 후 긴 막대에 연결된 브러시로 문질러 연도 내에 침착된 ‘크레소트(검댕이 쌓이고 굳어 생긴 물질)’를 제거합니다. 이 크레소트라는 물질은 오래 방치해 쌓이면 연도 내에서 연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한편, 불이 붙으면 연도 내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와 더불어 평소 검댕이 많이 발생하는 장작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Good idea
- 바닥난방은 난방기기 가동에서 실내온도 상승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특히 노출형 벽난로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 단독주택 생활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무시 못 해요. 벽난로가 주는 소일거리, 간단한 음식 조리 등의 자잘한 즐거움은 가스나 석유 보일러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부분이죠.
- 벽난로와 연도의 배치, 크기, 방향에 따라서 복층의 넓은 실내공간도 별도의 큰 공사나 설비 없이 골고루 난방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아요.
- 다양한 디자인의 벽난로는 실내 인테리어의 큰 몫을 하기도 해요. 잘 고른 벽난로는 집 안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좋은 오브제가 되어줍니다.
Bad idea
- 연료로 사용되는 장작은 신경 써야 해요. 소나무는 검댕이 많아 연도의 막힘 증상을 발생시키고, 밤나무 연기는 구토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죠.
- 석유나 가스와는 달리 벽난로는 항상 재가 남아요. 이런 부분을 갈무리하고 정리하는 것, 매년 사용하기 전 연도를 점검하고 청소하는 것은 애정이 없다면 힘들어요.
- 통상적으로 건조된 참나무 장작 1t은 대략 1.5㎥가 조금 못 되는 부피인데, 쌓아 놓을 창고가 따로 없다면 불편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소량 주문하면 가격이 비싸져요.
- 뜨거운 열을 직접적 이용하는 난방기기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특히 주의해야 해요.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취재협조_ 예성벽난로 031-836-7681~2
취재_ 신기영 | 일러스트_ 라윤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0월호 / Vol.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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