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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의 트렌드 읽기]4차 산업혁명과 생활 속 센서들

Freedom-x 2017. 2. 24. 10:10

[동아일보]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거대한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에 오고 있다. 공포영화에서 괴물이 등장하기 직전 같은, 그러나 여전히 그 존재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장면쯤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괴물은 여러 이름이 있는데 요즘 가장 많이 쓰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말하기 시작했지만 어둠 속에 있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처럼 현실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새 훌쩍 우리 곁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현실은 센서(sensor)들로 확인할 수 있다. 센서 시장은 이미 130조 원이 넘는 규모로 훌쩍 커졌다. 센서는 인간으로 비유하면 감각세포, 감각기관들이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뇌는 감각세포들이 보내 온 데이터,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보면서 얻은 정보를 처리한다. 수십 종류의 센서가 이와 유사한 일을 한다.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잘하고 더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앞차가 급정거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요즘 세계 자동차업계는 비상자동제어장치(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 장착이 트렌드다. 이 장치는 단거리 레이더인 라이더(LIDAR)나 장거리 극초단파 레이더가 앞차 뒤차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카메라는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차의 제동과 관련된 기관에 신호를 보내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사이의 간격을 미리 좁혀놓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센서들이 자기 일을 잘하면 급정거 시에 앞차와 충돌할 일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 자기 일이라는 것이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의 협업이다. 이 협업이 더 진행된 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다.

세계 전자업체들의 경연장인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뽑힌 것은 농업 센서였다. 미국 일리노이대 재학생 5명이 만든 앰버라는 회사가 내놓은 이 센서는 곡물 저장을 하는 창고(SILO)에 설치해 온도 습도를 감지하고 잘 보관되고 있는지, 출하하기에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보낸다. 이 센서는 일일이 인간이 신체기관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스마트 농장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사실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는 모든 곳에 센서가 있다.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냉장고에는 온도, 습도, 노크, 동작 감지, 거리 측정, 문 여닫기 등의 20가지 센서가 달려 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스마트홈은 수백 개 센서의 향연일 것이다. 스마트폰에도, 스마트카에도, 스마트 오피스에도 센서들이 뿌려진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실감 없는 괴물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닛케이베리타스라는 일본의 조사기관은 2020년대에는 1조 개가 넘는 센서가 지구촌을 덮을 것으로 예상한다. 빛, 열, 먼지, 압력, 속도, 전자파, 자기, 중력, 위치, 맛, 생체 신호 등을 감지하는 진화된 감각세포들이다. 이들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면 사물인터넷은 신경망 도로가 되고 빅데이터 장치들이 효율적으로 저장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이 뇌처럼 분석한다. 이제 내 주변의 센서들을 체크해보자. 4차 산업혁명은 이미 거기 와 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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