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까지 빅데이터가 점령..최근 6개월 3천명 증원했지만 인력 부족해 전세계서 '수혈'
美·中 인재영입 경쟁 불붙어 한국도 전문가 양성책 시급..개인정보 규제도 완화 필요
◆ 4차 산업혁명 '듣보잡' 시대 ② / 세계적 컨설팅회사 KPMG 뉴욕 이그니션센터 르포 ◆
기자가 방문한 날도 7명의 컨설턴트가 수십 대의 컴퓨터를 놓고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이 신규 출점할 입지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뉴욕 이그니션센터의 컨설턴트 60명은 모두 빅데이터 엔지니어, 빅데이터 분석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100%가 데이터 전문가로 구성됐다. 마이크 돌란 KPMG 디렉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대"라며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전문가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KPMG는 올해 3000명가량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추가 채용했지만 여전히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돌란 디렉터는 "뉴욕 외에 런던 파리 홍콩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에도 이그니션센터가 있는데 빅데이터 전문가 부족은 마찬가지"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고 직업을 추천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빅데이터 관련 직업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만 빅데이터 관리자와 분석가가 12만~19만명이나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빅데이터 과학자의 평균 초봉은 연 10만달러(2014년 기준), 중간 관리자 평균 연봉은 14만달러에 달한다. 유수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출신 초봉인 연 7만달러를 훨씬 웃돈다.
월즈 로스 KPMG 글로벌 데이터분석 전략 담당 파트너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인력개발(HR) 담당자들은 빅데이터 혁신 가능성을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 핵심 인재 부족 현상을 극복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 파트너는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할 분야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현실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은 선진국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 힘든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빅데이터산업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 뛰어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이터 혁신으로 기존 사람의 일자리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세계소프트웨어연합(BAS)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혁신으로 1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면 평균 3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를 생산·분석·관리하는 일자리는 기본이고, 빅데이터를 플랫폼으로 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무궁무진한 '듣보잡'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선진국은 빅데이터를 듣보잡의 보물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의 빅데이터 기반 산업은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에 막혀 자료로 쓸 만한 데이터를 입수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어야 하는데 현재는 실명·비실명을 구분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모두를 규제하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군지 알 수 없는 개인정보라도 빅데이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빅데이터시장 확대 없이는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부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새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공공 빅데이터센터를 신속히 설립해 공공 분야 빅데이터 개방과 규제 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우선 금융권을 대상으로 신용정보 및 개인정보 관련 규정 정비, 고객정보 비식별화 및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계열사 간 데이터베이스(DB) 공유 허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최근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한국은 데이터 분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인재풀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기업이 매달 수백 명씩 빅데이터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도 빅데이터 핵심 인력 1000명을 양성한다는 '천인(千人)계획'을 진행 중이고 이를 만인(萬人)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차 원장은 "한국도 최소한 빅데이터 핵심 인재 50명을 양성하는 50인 계획이라도 세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데이터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고재만 차장 /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 부장원 기자 /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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