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쌍두마차'로 태양광·풍력 내세웠지만…“입지·비용 문제 여전”

Freedom-x 2017. 12. 21. 14:41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을 쌍두마차로 앞세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에는 15가구당 1가구는 자가용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토록 한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세입자가 많은 한국의 주거 여건상 태양광 시설을 일반 주택에 보급한다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은 기상여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점도 여전히 안고 있다. 실제 설비가 들어올 공간 부족 문제나 지역 사회 갈등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전라남도 영암군 F1 경기장 주차장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 /전성필 기자.
 전라남도 영암군 F1 경기장 주차장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 /전성필 기자.

◆ 세입자는 베란다형 태양광 발전 설치 어려워… “상징적인 정책”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3020에서 정부는 자가용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보급해 태양광 발전 용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베란다형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일반 가정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보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자가용 태양광 발전 시설은 약 30가구 당 1가구, 2030년까지 약 15가구 당 1가구까지 보급된다. 자가용 태양광이 작년 전국 24만호에 그쳤지만, 2022년 76만호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5배 수준인 156만호까지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거 환경상 전·월세 입주자들이 많아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 오피스텔에서 월세 거주 중인 직장인 홍모(27)씨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자가용 태양광 발전기를 베란다에 설치하려고 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전체 건물에서 설치하기로 주민들이 합의하지 않는 이상 개별 설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집 주인도 자가용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베란다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해 (설치를)포기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개인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알고 있다”며 “2030년 목표 자가용 태양광 설비 발전 용량은 전체 중 미미한 부분(2.4GW)만 차지해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으로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가정 보급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실생활에 퍼지고 있다는 국민 인식을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 사례처럼 지자체가 나서서 아파트 운영위원회나 건물 관리사무소 등과 협의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태양광을 원전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1GW로 확대 보급한다는 태양의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를 포함해 단독주택, 임대주택 등 100만 가구에 총 1조7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보급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정 자립도가 높아 지자체의 경우 태양광 보급 사업을 주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원 부족으로 자가용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을 시작조차 못할 수 있다.

서울 한 아파트 가정집에 설치된 미니 태양광 패널. /서울시 제공
 서울 한 아파트 가정집에 설치된 미니 태양광 패널. /서울시 제공

◆ 태양광·풍력 발전기 낮은 효율성은 여전히 문제

정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48.7GW(기가와트) 용량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치의 95%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을 보급해 달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태양광은 30.8GW, 풍력은 16.5GW로 채울 예정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대부분 태양광 발전 시설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여전히 효율성이 낮아 주요 발전 시설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구름의 양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의 기본 원리는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가 태양광 모듈의 반도체(실리콘 웨이퍼)에 닿으면 반도체에 있던 전자(電子)가 활성화돼 전기를 만든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는 해가 뜨는 시간에만 발전을 할 수 있다. 

낮이 가장 긴 하지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발전할 수 있지만, 해가 짧아지는 겨울철에는 더 짧은 시간만 전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1년 평균적으로 보면 하루 6~7시간 정도만 전기를 생산한다. 수시로 구름이 끼는 등 기상여건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약 3시간 동안만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업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아무리 많이 짓는다고 하더라도 밤이 되면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며 “전력 생산을 주업으로 하는 발전사의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갖춰 간헐성을 일부 해결할 수 있지만, 개별 사업자의 경우 ESS를 갖추지 못해 실제 태양광 발전 시설의 효율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영흥면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내 풍력발전 단지. /사진=전성필 기자.
 인천 옹진군 영흥면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내 풍력발전 단지. /사진=전성필 기자.

풍력 발전도 한국은 바람세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풍력발전소를 상용화한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바람이 불규칙적으로 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풍력 잠재량은 130TW로 독일(3200TW)의 4%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풍력발전량의 80%가 이뤄지는데, 가을부터 겨울철에는 편서풍이 균일하게 불고 속도도 일정해 바람의 질이 좋다. 하지만 여름은 바람의 양도 적고 방향도 수시로 바뀌어 풍력 발전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1년 중 약 3개월은 개점휴업 상태로 풍력 발전이 멈춰있어야 하는 셈이다.

풍력발전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풍력 발전소를 짓기 전에 최근 5년 동안 그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기상청 통계를 조사한 뒤 부지를 선정한다”며 “평균치 기준이라 바람 세기가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여건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몇몇 풍력 발전기는 몇 년 뒤 자연 환경이나 기후 변화로 인해 예측했던 것보다 바람이 적게 불어 가동하지 못하고 멈춰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해상 풍력 위주로 목표 정해…“설치 비용 2배 이상 늘어난다”

신규 풍력 발전 시설을 2030년까지 16.5GW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허울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육지의 경우 바람의 양이 많은 지역에는 대부분 풍력 발전 시설이 들어가 있어 풍력 발전 시설을 세울 새로운 입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육상 지역의 경우 1년 내내 일정한 속도의 바람이 부는 지역에는 이미 풍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며 “풍력 발전 시설은 날개가 돌아가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한다는 문제도 있어 풍력 발전 시설이 들어갈 새로운 입지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한계점을 알고 해상 풍력 발전 시설 위주로 목표량을 정했다고 설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3020에 담긴 신규 풍력 발전 시설 도입 목표는 대부분 해상 풍력을 염두에 두고 결정했다”며 “해상 풍력 시설 설치를 유도해 국내 발전 업체들이 기술 투자를 늘리고 해외 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높은 보급 목표치를 정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2012년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전경.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이 2012년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전경. /두산중공업 제공.

그러나 해상 풍력발전기는 육상 풍력발전기보다 설치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육지에 설치하는 풍력 발전기는 1기당 약 4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부품을 바다로 옮기는 비용 등 토목공사 비용이 2배 이상 뛴다. 해상 풍력 발전기는 연안에 들어설 수밖에 없어 해안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발전사 관계자는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더라도 설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등 관리 비용도 높아진다”며 “여기에 바다에 구멍을 뚫고 대형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발생하는 환경비용과 어업 종사자들의 반발 등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해상 풍력발전기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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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0/2017122000391.html#csidx3f234a67677e2b6bb15f2b5db4868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