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잇츠IT] 배터리 성능은 왜 제자리일까?

Freedom-x 2018. 1. 11. 09:01
애플코리아 아이폰 수리센터. /사진=뉴스1 DB
무술년 연초 IT업계의 뜨거운 이슈는 애플의 ‘배터리게이트’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아이폰의 배터리 노후화에 따라 스마트폰 전체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코드를 삽입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호주 등 5개국에서 15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만 약 30만명 이상이 집단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아이폰 사태는 애플의 오만, 불통과 판단착오가 불러왔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폰에 탑재된 배터리에 있다. 아이폰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한다. 아이폰6와 6S에는 각각 1810mAh와 1715mA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S6의 배터리 용량 2800mAh, 2550mAh의 3분의2 수준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2차전지다. 전극은 리튬이온이 포함된 ‘활물질’과 활물질에 전자를 전해주는 ‘집전체’, 둘을 이어주는 ‘도전체’와 ‘바인더’ 등 네가지로 이뤄진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무게 대비 저장용량이 커 주로 스마트폰과 같은 이동식 기기에 사용된다. 이전 세대의 니켈카드뮴배터리에서 발생한 자연방전, 메모리 효과도 거의 없고 뛰어난 성능에 값도 저렴해 수년째 2차전지의 대세로 군림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약 23조원으로 추정되며 2020년 64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약 500회 충전을 반복할 경우 서서히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애플도 지난해 12월28일 “아이폰을 500회 이상 충전하면 배터리 최대 충전 용량이 초기 상태 대비 80% 이하로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열화’라 불리는 이 현상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충전할 때 발생하는데 내부소재의 변형을 불러와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는 가뜩이나 용량도 적은 아이폰 배터리가 유난히 잦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은 전통적으로 저용량 저전력 설계를 고집해왔는데 최근 배터리 소모가 큰 기능이 추가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며 “낮은 용량의 배터리에 열화현상이 겹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핀볼. /사진제공=삼성전자

◆배터리성능 20년째 제자리

그간 IT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데 반해 배터리 성능은 2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배터리 성능은 1995년부터 2007년 사이 두배도 성장하지 못했으며 2007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30%도 향상되지 못했다. 최근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등장한 원동력은 내부구조 재설계와 배터리효율 향상 소프트웨어(SW) 덕분이다. 근본적인 배터리 성능은 큰 변화가 없다.

배터리 성능이 IT기술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기본적인 배터리의 구성 성분 때문이다. 배터리는 금속과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다. 화학물질을 더 많이 담아도 배터리 성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물을 큰컵에 담아도, 작은컵에 담아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배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제품에 사용되는 금속과 화학물질의 용량 증가가 아닌 소재의 변화가 필요하다. 초창기 납축전지, 니켈카드뮴을 거쳐 리튬이온에 이르면서 배터리 성능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배터리 성능이 큰 폭으로 향상되지 않는 원인은 새로운 소재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부분의 배터리 연구는 리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커브드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미래 신소재 개발 각축전

물론 학계와 몇몇 IT기업은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실리콘, 황, 나트륨 등의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순수한 리튬을 장착, 저장 용량을 크게 늘린 배터리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울산과학기술원은 목재에서 얻은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한 ‘종이배터리’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

종이배터리는 표면에 식물세포막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코팅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코팅의 두께에 따라 충전속도와 충전 용량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론상 최대 용량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셀룰로오스는 형태의 변형도 가능해 롤업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 미래기술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해는 삼성전자종합기술원과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그래핀 볼’을 활용한 배터리 기술을 한국과 미국에 특허 등록했다. 이 기술은 그래핀 볼을 리튬이온전지의 양극보호막과 음극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원리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 원자막으로 물리·화학적 안정도가 높아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신소재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며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그래핀 볼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충전용량은 45% 증가하고 충전속도는 5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며 “그래핀 복합소재 대량 합성 기술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