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주창자인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정의는 자신이 소유한 기술이나 자산을 다른 사람과 나눔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력적 소비이다. 그렇다면 차량의 우버, 숙박의 에어비앤비는 과연 공유경제 모델일까?
두 기업은 개인 간 직거래를 차단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가 강력한 미들맨(중개인) 역할을 한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중개 창구이고, 우버는 차량 중개 창구이다. 엄밀히 말해 두 기업은 공유경제 모델이 아니라 중앙집중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를 통제하는 중개자 없이 개인 간 거래를 보장한다. 개인들은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은 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에어비앤비 모델을 개발 중인 독일의 스타트업 '슬로킷'. 집주인이 집 정보를 올리고 여행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을 검색하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 모델에 따르면 임차인과 임대인의 거래조건이 맞아 방 값이 이체되면 이 정보가 블록으로 등록된다. 수수료도 거의 없다. 블록이 생성되면 주인은 IoT(사물인터넷) 도어록 접근 권한을 임차인에게 계약기간 동안 넘긴다. 사용기간이 끝나면 도어록 접근 권한은 자동으로 주인에게 귀속된다.
서로 만나 열쇠를 주고받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줄 필요도 없다. 이게 가능한 것은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덕분이다. 계약조건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접근권한 차단 등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우버'를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라주즈' 역시 스마트계약이 장점인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차량공유에 도입했다. 운전자가 차량을 운행하면서 라주즈 앱으로 자신의 위치를 공유하면 전자지갑이 만들어지고 실시간 위치정보가 블록으로 등록된다.
카풀을 원하는 사람이 접속해 목적지를 검색하면 근처를 지나는 운전자들에게 알림이 뜬다. 한 운전자가 카풀을 수락하면 거래가 성사되고 즉시 카풀 이용자의 전자지갑에서 운전자의 전자지갑으로 암호화폐 '주즈(zooz)'가 이체된다. 운전자는 이렇게 쌓은 주즈를 자신이 카풀을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라주즈는 이용자와 운전자 간의 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
라주즈 창업자 마탄 필드는 "블록체인은 우버의 일을 빼앗아 운전자들로 하여금 고객을 직접 상대하도록 한다"며 "공유경제라는 이름이 진짜 가치가 있으려면 그 플랫폼의 권한이 사용자들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공유경제가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브스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지금 잘나가는 중앙통제식 공유서비스들은 블록체인의 파괴력에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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