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괴롭히던 악취, 어떻게 줄어들었을까
악취전담관 5년 결실을 맺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지금의 학장천 제방 산책로에는 계절마다 목련·천리향·금목서·은목서 꽃향기가 흐르고 있다. 5년 전, 사상구청장의 ‘악취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악취전담관으로 채용되면서 처음으로 현장에 나왔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학장천 제방에서는 모래가 타면서 나는 메케한 냄새, 고무 찌는 냄새를 비롯한 온갖 냄새로 인해 산책로를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대학원에서 악취를 전공했던 나로서도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고, 왜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방치되고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왜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 조사를 하다보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는 사상공단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 부산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시내에 있는 공장을 외곽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제조업을 밀집시킬 필요가 있어 1975년에 소위 사상공단으로 일컬어지는 전용공업지역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공장굴뚝마다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를 삼는 이가 적었다.
하지만 세월에 따라 커가는 공단으로 인해 주변지역이 발전되기 시작하고 주거지가 형성되면서 상황은 변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는 공장들의 노후화는 가속되고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아파트가 하나 둘 들어서면서 보다 깨끗한 환경, 공기 속에서 생활하고 싶은 주민의 수요가 늘어났다.
더 이상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와 악취는 산업화의 상징이 아닌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삶의 걸림돌이 되었다. 악취 민원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했고 2014년도에 이르러서는 부산광역시 전체 악취 민원 350건 중 42%인 145건이 사상구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상구에서 악취는 지난 4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하는 문제였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IoT 기반 환경정보 SMS 제공
사상구 악취 민원의 주요 발생원인은 공장이다. 공장이 개선되면 악취는 해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장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당시 고말석 환경위생과장을 비롯한 환경지도계 동료직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장 개선의 열쇠는 공장의 실질적 운영권한을 가지는 대표자와 책임자가 가지고 있다라는 하나의 판단을 내리게 됐다.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악취저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변화된 인식을 행동으로 옮길 계기가 필요했다.
기업인을 대상으로 악취저감 워크숍을 개최하고 주요 악취배출업소 대표자와 악취를 줄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노력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인식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2015~2016년에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사상구 악취통합 관제센터’를 부산 최초로 개소, 기술적 기초를 마련했다.
노다지 악취전담관(오른쪽)이 관련 업체를 찾아 환경정보SNS 활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
사상구 악취통합 관제센터는 현장에 설치된 악취센서, 원격악취포집기, 고성능 CCTV, 기상관측기, 악취확산 모델링, 악취감시차량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상황실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준비된 기초를 활용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악취저감의 계기인 ‘IoT를 활용한 기업체 환경정보SMS 제공’ 서비스 계획을 구상하고 시작하게 됐다. 2017년 3~4월 동안 관내 모든 악취배출업소를 악취통합 관제센터에 전산으로 입력하고 개별 업소로부터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접수받아 SMS발신을 위한 연락처를 정리했다.
이후 5월부터는 악취통합 관제센터에서 취합되는 각종 환경정보를 SMS로 발송했다. 제공되는 환경정보에는 단순 환경 관련 법령의 변경사항이나 지원정책의 안내 외에도 악취센서 경보, 악취 민원 발생현황, 기상관측자료와 악취확산 모델링 결과를 분석, 악취 민원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등이 있다.
영세공장에 환경정보 효율적 활용 방법 제시…개선된 주거환경으로 이어져
업체에서는 제공되는 환경정보를 바탕으로 공장 창문, 출입구의 밀폐, 주변 환경정비 뿐만 아니라 조업량, 조업시간의 조정, 시설개선, 악취방지시설 내 활성탄, 세정액의 교체시기 결정, 탈취제의 살포시기 및 살포량 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사상구 악취통합 관제센터에서는 지난 연말까지 환경정보SMS 2943건을 발송했고 이와 병행해 업체별 업종과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부산 녹색환경지원센터와 연계한 전문가 시설진단과 악취방지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지원 등을 추진했다.
이렇게 시책을 운영한 결과, 공장의 시설개선과 환경정보SM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악취민원을 급격히 감소시킨 한 공장은 그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 제18회 부산녹색환경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단악취 민원이 2015년도에 135건, 2016년 67건, 2017년 35건으로 75% 줄어들었다. 이제는 만나는 주민마다 예전보다 악취가 많이 줄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해준다.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이신 이제근 교수님으로부터 받았던 책의 구절 중 지금의 업무와 딱 맞는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당신이 현재에 대하여 눈을 감으면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사상구의 악취와의 전쟁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미래의 악취 없는 사상구를 바라보기 위해 오늘도 작은 눈을 크게 뜨고 하루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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