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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르다 가슴이 '찌릿'.. 50대 남성 찾아드는 불청객

Freedom-x 2019. 2. 23. 08:45

[4060 건강 지킴이]<7>심장질환 진단과 예방법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고승훈(가명) 씨에게 협심증일 때 나타나는 통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교수는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검사받을 것을 권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지난해 말 직장인 고승훈(가명·43) 씨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계발은커녕 몸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체중은 크게 늘었고 뱃살도 부쩍 두꺼워졌다.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고 씨는 결심했다. “변화하자!” 고 씨는 곧바로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한 뒤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트레드밀에서 약한 강도로 달렸을 뿐인데 가슴이 뻐근해졌다. 몇 분 후에는 찌릿찌릿한 통증까지 나타났다. 고 씨는 몇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아찔해졌다.

11년 전 회사에서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 간신히 도착한 응급실에서 의사는 협심증 전 단계인 것 같다고 진단했었다. 고 씨는 그 사이에 더 악화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고 씨가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 통증에 주목하라

심장마비를 의학적 용어로 바꾸면 급성 심근경색이 된다. 혈관이 거의 100% 막힌 상태를 뜻한다. 물론 멀쩡하던 혈관이 어느 날 갑자기 막히는 법은 없다. 박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처치를 끝내고 확인해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병의 조짐이 있었는데 무시했거나 방치해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간다는 것.

급성 심근경색의 전 단계는 협심증이다. 협심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가슴 통증.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모두 전조증상은 아니다. 박 교수는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이 가빠지면서 나타나는 통증이 협심증과 관련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대부분 협심증과 무관하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 나타나는 통증은 위산 역류가 원인일 확률이 높다.

그냥 ‘찡’ 하고 아픈 정도가 아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 혹은 아픈 부위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통증이다. 가슴 통증이 곧 사라지고 왼쪽 팔이나 등 부위에 방사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끔은 턱으로까지 통증이 퍼진다. 11년 전 고 씨가 그랬다. 5개 층 정도 걸어 올라갔을 때 가슴 통증이 시작됐고, 이어 턱으로 통증이 옮아가서 치아가 빠질 것처럼 아팠다.

통증이 나타나면 10분 정도 지속된다. 휴식하면 통증이 사라졌다가 운동하면 다시 나타난다. 또한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난다. 만약 10회 운동을 했는데 5회 이상 이런 식의 통증이 나타났다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크다. 고 씨는 반복적으로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일단 마음을 놓아도 좋지만 당분간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 통증 없는 협심증도 대비하라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찌꺼기들이 혈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아닌데도 혈관 자체가 좁아져 협심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 하는데, 전체 협심증 환자의 10%를 차지한다. 일반 협심증과 달리 스텐트 시술로 치료할 수 없으며 혈관확장제를 먹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5% 정도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따라서 이 병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하고 있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변이형의 경우 대체로 오전 5∼6시에 많이 발생한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많이 발병하며 고혈압 환자보다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족 중 누군가 사망했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식의 상황에 처하면 심장 기능이 갑자기 뚝 떨어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협심증 혹은 급성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스트레스 유발성 심장병이라 부른다. 실제 이런 사람의 심장을 초음파로 촬영하면 활성도가 덜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는 사실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안정을 되찾으면 심장 기능도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호흡곤란이 협심증의 전조 증상일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던 중 호흡곤란으로 간혹 깨어나는 사례가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다만 호흡곤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잠을 잘 때 숨이 차다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사람이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해 전신에 혈관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협심증이 찾아와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를 무증상 협심증이라고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에도 심장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 심장질환 피할 수 없는가

박 교수는 “40대 이후라면 대부분 심장 혈관이 어느 정도는 막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 보면 대부분은 심장 혈관의 10∼30%가 막혀 있고, 50% 정도 막힌 사람도 많다는 것. 박 교수는 “50%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70% 이상 막혀 있다면 당장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관이 살짝 막혔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다. 50% 정도 혈관이 막혔다면 아스피린 같은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어떤 처방을 할 것이냐는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다면 먼저 그 병부터 치료해야 한다. 혈관이 살짝 막힌 상황이라면 아스피린을 동시에 복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박 교수는 1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또한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비만 체형이 되면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장 질환에 걸리는 연령대는 남녀가 약간 다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남성은 50∼55세에 심장질환이 많이 생기는 반면에 여성은 60∼65세에 많이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이 심장을 어느 정도 보호해주기 때문에 폐경기 이전인 50대까지만 해도 심장질환이 덜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비만과 흡연으로 인해 심장질환 발생 연령이 많이 당겨졌다. 특히 30대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3, 4배 높다. 심장질환을 피하려면 금연이 필수다.

▼흡연이 가장 나빠… 콜레스테롤 수치 낮춰 고지혈증부터 해결해야▼

협심증, 원인 따라 처방 다양… 식이요법은 필수

박덕우 교수는 협심증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오면 원인부터 체크한다. 협심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는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해당한다면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박 교수는 “첫째 위험인자는 단연 흡연이고, 그 다음이 고지혈증”이라고 말했다.

○ 콜레스테롤 수치부터 확인하라

고지혈증은 혈중지질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가 나타난다. 이 경우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꼭 확인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200mg 미만이라면 정상 범위로 간주한다. dl당 220mg 이상이라면 긴장해야 한다. 만약 dl당 240mg을 넘었다면 위험한 수준이다. 여러 연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240mg 이상인 사람은 dl당 200mg 이하인 사람보다 급성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쁜 건 아니다. 몸에 나쁜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위험 인자이지만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콜레스테롤이다. HDL콜레스테롤 수치도 확인하자.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이 dl당 40∼60mg, 여성은 dl당 50∼70mg 이상이어야 정상 수준이다.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당뇨병 등이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식이요법으로도 콜레스테롤 낮출 수 있다

고지혈증 위험이 있다면 일단 버터, 우유, 달걀노른자, 쇠고기, 오징어, 새우, 굴, 젓갈, 곱창 등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은 피해야 한다. 크림이나 생과자 같은 간식과는 이별하는 게 좋다.

그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자. 고등어,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 곡류와 콩류, 채소류가 좋다. 육류라도 기름을 제거한 살코기는 괜찮다. 껍질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껍질 부분을 빼고 먹는 게 좋다. 우유나 치즈는 지방 함량이 적은 제품을 골라서 먹도록 하자. 이런 식이요법은 2∼4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은 dl당 19∼58mg, 중성지방은 50% 정도 떨어진다. 대체로 콜레스테롤보다는 중성지방의 감량 효과가 더 높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40대 이후에 증가한다. 50대 혹은 60대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내려가는 특징이 있다.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 이후로 1, 2년마다 혈액 검사를 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라고 의사들은 권장한다.

▼박덕우 교수는… 美심장학회 젊은 과학자상 아시아 최초-최연소 수상▼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46)는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베스트닥터다.

국내외의 굵직굵직한 상을 여러 차례 탔다. 2012년에는 미국심장학회(ACC)가 주는 ‘올해의 최고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한 명을 선정해 주는 것으로 심장학계에서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평가한다. 박 교수는 아시아 최초 수상, 최연소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국내에서 뷘슈의학상 젊은의학자상(대한의학회,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의학상 대상(서울시의사회, 유한양행)도 받았다. 2014년에는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아산사회복지재단)도 받았다. 국내의 대표적인 의학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박 교수는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협심증 환자의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히기 위해 그물망을 삽입하는 시술이 있다. 이 시술 후에는 혈전증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쓴다. 하지만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박 교수는 23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뒤 항혈소판제의 적절한 사용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 연구 논문은 의학계에서는 최고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됐다. 이 논문을 포함해 박 교수는 지금까지 NEJM에 총 4회 논문을 올렸다. 이 밖에도 미국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등에도 1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