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영 기자 ] "로봇과 관계없어 보이던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어요. 앞으로도 로봇 산업은 매우 커질 것입니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1일 제주 카카오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로봇이 온다! SF를 넘어'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로봇,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과학기술 이슈들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걸스로봇, 제주과학문화공간 별곶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로봇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오 교수는 '로봇 기술과 미래(Robot Technology and The Future)'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의 아버지이자 한국 1세대 로봇공학자다. 오 교수는 "약 6~7년 전부터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로봇과 관계없는 글로벌 정보기술 (IT)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면서 로봇 열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이 물류관리에 사용하는 AI 로봇 '키바',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AI 소셜 로봇 '페퍼' 등을 예시로 들었다.
오 교수는 가사도우미 로봇, 의료 로봇, 군사 로봇, 교육용 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재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로봇을 연이어 소개했다. 이 로봇들이 제조업 공장에서 보던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기존 로봇들은 인간이 없는 공간에서 정해진 일만 했다"며 "최근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한다는 전제 하에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로봇들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을 너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종이접기 등 사람은 쉽게 하는데, 로봇은 어려워하는 일들이 많기에 아직 로봇이 할 수 일의 범위는 넓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인간은 인간다운대로, 로봇은 로봇다운대로 서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
SF는 기술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SF 로봇과 AI, 블록체인(SF+Robo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Blockchain)'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신기술이 살아남는데 공상과학(SF)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기술이 살아남기 위해선 얼리어답터(early adapter) 시장을 넘어 다수가 사용하는 얼리 머저리티(early majoriry)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얼리 머저리티에 있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거부감을 SF가 해소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엑스박스 키넥트(Xbox Kinect)'라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쓰던 기술이라고 소개하니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구매했다"며 "영화 등 미디어가 심리적 장벽을 상당히 낮춘 예로 기술 상용화에 SF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SF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96년에 나온 모토로라의 스타택(StarTAC)이라는 핸드폰 모델을 예시로 들었다. 1966년에 나온 SF 영화 스타트렉에서 나오는 통신기기 '커뮤니케이터'가 스타택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SF를 통한 과학기술 대중화를 이끄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과학기술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선 2013년부터 매년 '12개의 미래 (Twelve Tomorrows)'라는 SF작가들의 단편집을 발표한다. 그는 "스토리와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감동을 준다"며 "스토리를 통해 만들어진 믿음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연구'가 세상을 바꿔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소프트 로봇 패러다임이 가져올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개발해온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로봇을 소개했다. 그는 "미래로 갈수록 소프트로봇은 인간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며 "소프르로봇이 기본 로봇보다 부드럽고 유연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종이접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접히는 바퀴'를 개발한 경험을 공유했다. 2013년 조 교수가 이끈 개발팀은 자동차 바퀴를 종이접기 방식으로 만든 '타이어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넘어갈 때면 바퀴 사이사이에 접어뒀던 소재가 펴지면서 바퀴가 부풀어 오르는 식이다. 이 바퀴는 최대 1톤까지 견뎌낼 수 있다다. 이 기술은 한국타이어의 가변형 타이어 개발 연구에도 접목됐다.
조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위해선 '이상한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도대체 이런 걸 왜 하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연구를 한다"며 "그런 연구가 10년이 되면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들이 나온다"고 했다. 결국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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