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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투자 방법..'잃어버린 20년' 일본서 배운다

Freedom-x 2015. 11. 24. 08:16

(서울=연합뉴스) 이 율 윤영숙 기자 =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 매입을 재개하면서 일본이 한국의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며, 특히 일본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를 겪었기 때문에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은 2017~2018년께 65세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하게 돼 한국 역시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이 고령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면서도 가계의 자산구조가 일본과 다르고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본을 따라 하기보다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 '알짜' 주식을 찾아라…경기 사이클 빨라진다

1982년 말 8,016.67포인트였던 일본의 주가는 1989년 말 38,915.87포인트로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후 1990년 버블이 붕괴하면서 급락한 주가는 작년 말까지 고점 대비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일본의 작년 기준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4.8%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시대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혀 생각지 못한 영역으로 진출한 기업들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런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패러다임이 변하기 때문에 기존에 생각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기업의 주식이 나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면서 "아시아 대표 IT기업으로 성장한 소프트뱅크나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쿠팡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 이사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경우 제품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자산을 최대한 넓게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채권 투자도 대안…채권형 펀드로 접근해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채권은 지난 20년간 일본 투자자들의 대표적 직·간접 투자자산이었다.

올들어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채권 보유액을 늘린 배경으로도 지난 20년간 성공적이었던 일본 내 채권투자 성과가 꼽힐 정도다.

일본의 채권투자수익률은 지난 20년간 급속한 고령화로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60%에 달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 등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본처럼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20여 년 전인 1994년 말 1.75%였던 일본의 정책금리는 지난 3월까지 한국의 정책금리와 일치한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이후 작년 말 0.05%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작년 기준 가계 금융자산 중 채권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채권으로 구성된 보험 자산 비중은 14.5%, 연금 자산 비중은 12.6%에 달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본은 주식과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일본인들은 대체로 채권 등 안전자산비중을 한국보다 높게 유지해왔으며, 이후 채권자산을 기반으로 한 월지급식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 이사는 "금리 하향 기조에서는 정기예금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나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위험 상존…기대 수익률을 낮춰라

일본은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부동산 가격이 3.5배 상승하는 부동산 버블을 경험했다. 그러나 1991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버블이 붕괴했다. 작년 말 기준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버블이 터지기 직전 고점 대비 35%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가계는 부동산 시장 붕괴로 실물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60%에 달했던 부동산 투자 비중은 2013년 29%까지 떨어졌다. 반면, 금융자산의 비중은 2013년 61.6%까지 늘어났다.

한국 역시 공급과잉과 대규모 가계부채, 저출산에 따른 수요 부족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가계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는 점은 주요한 리스크로 꼽힌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이며, 부채가 많아 신규 대출도 쉽지 않다"면서 "내년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내년 주택시장이 약간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연구위원은 부동산은 "외곽의 공급 과잉인 곳은 위험 투자처로 인식되는 반면, 도시 중심의 접근성이 좋은 곳은 수요가 몰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부동산은 일본처럼 버블 붕괴 형태로 폭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부동산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전자산 '현금·예금' 선호…위험 관리해야

일본은 안전자산을 선호한다. 이는 과거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를 경험한 탓이 크다.

현금 및 예금 비중이 60% 정도이며, 연금과 보험 비중까지 합치면 85%가 안전자산에 몰려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989년 일본의 현금·예금 비중은 44.3%에서 2014년 53.2%로 늘어났다. 보험과 연금 비중도 각각 7.6%포인트, 7.3%포인트 증가해 2014년에 각각 14.5%, 12.6%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 시대에는 기대수익이 떨어져 안전자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면서도 일본은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안전자산에 투자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저성장 시대에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현금이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금·보험 빠르게 증가…"연금 비중은 늘려야"

고령화 시대에는 연금과 보험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역시 고령화 진입으로 보험 및 연금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연금·보험 자산 비중은 일본과 유사한 30% 수준까지 증가했다.

다만,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연금 및 보험자산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연금자산의 증가가 두드려져 연금 대비 보험 규모가 약 1.7배로 증가해 둘 간의 격차가 축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 대비 생명보험 비중은 20.6%, 사적연금 비중은 2.1%로 나타났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고령 인구의 주요 소득원으로 연금의 역할이 증대되는 만큼 국내 가계의 연금규모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고령화로 보험 및 연금 수요가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장기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금형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분산투자에 답 있다…해외로 눈 돌려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해외 투자펀드는 투자지역의 쏠림과 단기 투자 전략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 투자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3년 OECD 18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보유액은 각각 45.8%, 56.3%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각각 9.5%, 3.5%에 그친다.

일본 역시 버블 붕괴로 해외 증권 투자가 크게 줄었다가 1997년 이후 역외 펀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성이 높은 중위험·중소득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해외 채권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 이사는 "주식은 박스권에서 당분간 지속할 것 같고, 부동산은 기대 수익이 낮아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장기 자산이나 연금 자산 등을 글로벌 주식형 펀드나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대수익을 낮추고 자산을 최대한 넓게 분산시켜야 한다며 해외 자산으로 투자를 다변화할 것을 조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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