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란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 기회이자 위기다

Freedom-x 2015. 12. 29. 17:59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 기회이자 위기다중국의 팽창과 현재의 흐름


한중일 3국 정상이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다양한 경제분야 협력을 천명하고 나섰다.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이견과는 별개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서로를 더욱 끌어당기는 경제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이 발표된 선언문에도 오롯이 담겼다는 평가다.

특히 한중일 3국이 싱글마켓을 만들어 디지털 제품에 대한 국경을 철폐해 여러 국가의 소비자들이 단일 플랫폼에서 디지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유도한다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선언문은 "역내 디지털 시장 단일화가 3국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며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3국간 정보공유, 공동연구 및 훈련, 기타 교류 등 전자상거래 관련 가능한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대비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무려 35%나 늘어난 4262억 달러에 달하며 한국과 일본도 각각 13%, 14%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라 한국의 경우 지난 8월까지 전자상거래 수출은 2013년 대비 86.1%나 늘었다.

결국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은 성장하는 시장의 이윤을 각자의 경계를 허무는 선에서 동반상승시키며 지엽적인 규제 및 표준까지 통일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최근 '하나의 유럽'을 천명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고자 노력하는 유럽연합의 행보와 비슷하다. 당장 한중일 3국은 지식재산권, 독과점법, 과세기준, 보안, 결제 등의 규제와 인터넷 등 디지털 주문 및 결제방식과 통관, 물류시스템 등의 표준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뉴시스

중국을 주목하라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을 이야기하려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전자상무연구센터(CECRC)가 발표한 2014년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거래규모는 전년대비 꾸준히 늘어나 B2B는 21.9%, B2C는 49.7%나 늘었다. 2014년 말 시점으로 중국의 인터넷 쇼핑 소비자 규모는 전년대비 21.8% 증가한 3억8000만 명에 달한다.

B2B의 강자는 단연 알리바바였다. 시장 점유율이 38.9%에 달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1만1200여개의 회사가 나타났으며 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은 2050만개에 달한다. 온라인 거래와 데이터 서비스, 물류 및 금융 서비스 등 첨단 서비스로 전자상거래 B2B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떠오르는 대세는 B2C였다. B2C 내부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O2O가 점유율을 4.4%까지 늘리며 B2C가 21%의 점유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B2B는 74.6%에 달하지만 최근 성장세가 떨어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B2C의 빠른 모바일 성장세다. 2014년 기준 B2C 점유율은 2013년 대비 33%가량 늘어나며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모바일 소매시장의 대세가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라는 점도 기억해야 하는 포인트다. 85.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징둥이 4.3%를 차지하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외 전자상거래 비중은 어떨까. 수출이 85.4%를 기록하며 14.6%의 수입을 압도했다. B2B가 점유율 90%를 넘기고 있지만 B2C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해외 직접구입과 관련된 B2C의 점유율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B2B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으나 B2C도 O2O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수출이 85%를 넘기고 있는 지점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현재의 중국정부 기조와도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서 최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5중전회를 보자. 대중에게는 1가구 2자녀 정책이 상당한 관심을 끌며 중국을 상대로 유아동 물품을 역직구하는 브랜드와 일부 플랫폼 사업자의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지극히 제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013년 제한적 출산 규제 완화 때처럼 이번 두 자녀 전면 출산 허용 정책의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 대목을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산아제한을 철폐하며 특별한 유인책을 준비한 것도 아니다. '당연히 필요한 조치를 최근에야 풀었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당장 특별한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은 대승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 출처=뉴시스

인터넷 플러스와 스마트 제조 나비효과
중요한 지점은 역시 올해 양회에서 등장하기도 했던 인터넷 플러스, 스마트 제조 정책이다. 사실 이 정책은 함께 묶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이 직면한 문제와, 나아가 정권의 정당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10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째 50을 밑돌면서 경착륙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과 같은 49.8로 발표, 시장예상치 50을 밑돌았다. 서비스와 건설부문 등 비제조업 PMI지수는 53.1로 50 상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2008년 12월이후 최저치로 내려앉는 등 계속 둔화되고 있다.

  
▲ 출처=뉴시스

물론 이러한 수치가 중국 경제의 위기설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발' 경제위기의 단초라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중국이 지금까지 자신감을 보이던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사실 중국은 경제발전에 있어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의 집중을 구사해왔다. 중국식 경제모델을 강조하며 다당 합작(공산당 중심의 정치협력 방식)을 최우선의 가치로 맹신했다. 이에 힘입어 BAT, 즉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라는 글로벌 ICT 기업을 키워내기도 했으며 이렇게 육성된 중국 ICT 트로이카는 당국과의 긴밀한 공생관계를 바탕으로 끝없는 성장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올해 초, 너도 나도 중국의 성장을 찬양하던 순간 뜬금없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터져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경고등이 들어왔다. 해리 덴트 HS덴트투자자문이 언론을 통해 중국경제의 위기론을 정리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부유층의 60%가 해외이민을 고려하고 있으며 주요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는 점, 여기에 악성 부채가 증가하고 주요 농업조합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이유로 중국경제가 조만간 거대한 암초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지난 5월 기준 중국의 민간부채 비율은 190%에 달했다.

물론 그의 전망은 부동산에만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발표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슈체와 거시경제연구원의 왕유안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중국에서 단행된 비효율적 투자 총액이 무려 41조8000억 위안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총체적인 문제들이 모여 지난 1분기와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7%로 주저 앉기도 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경제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심각한 경제위기가 정치불안을 초래한 사례가 많으며, 공산당 중심의 체제안정을 위한 경제부흥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어 온 나라다. 하지만 이러한 체제는 경제상황이 좋을 때야 문제가 없지만 결론적으로 정치를 위한 경제적 조치를 양산하게 마련이며, 의미없는 인프라 투자가 남용되어 건전성 및 투명성을 흐리게 만드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여기서 중국은 부작용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5중전회에서도 성장에 의한 분배를 강조하면서 국가주도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자.

1950년 중국은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며 국가주도의 경제개발 원칙을 고집했으나, 1980년에 이르러 사영기업가가 부활했으며 현재 이들은 중국 전체 GDP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정치학계는 사영기업가가 중국의 정치 및 사회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달성이라는 씨앗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과, 국가의 뜻과 부합하는 도구적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는 보는 쪽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다만 1990년대 사영기업가의 폭발적 증가를 경계했던 중국 공산당이 이들을 통일전선대책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2001년 장쩌민 당시 주석의 삼개대표론은 사영기업가를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으로 포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영기업가는 다른나라와 약간 다른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국가의 뜻과 부합하는 도구적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는 보는 쪽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정치와 경제의 만남은 '당의 노선에 반하면 끝'이라는 강력한 힘의 집중을 야기했다. 양빈 전 어우야 그룹 회장과 한룽그룹의 류한 형제에게 닥친 비극이 정상적인 법의 집행차원은 물론, 그 이상의 뜻도 함축하고 있는 이유다. 결국 거시적인 전제에서 현재의 중국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국가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의 한계'가 명확한 지점에서 또 한 번 '그 자리에서의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인터넷 플러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각 사업에 인터넷을 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본 정책은 리커창 (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 플러스 액션플랜을 제시한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 경쟁력이 제조산업을 개조하고 바꾸는 알고리즘이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총망라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산업의 DNA를 개조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플러스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ICT 인프라를 접목해 그 시너지를 노린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 IT 소비 규모는 2조8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IT소비로 창출되는 관련 산업 경제효과는 1조2000억 위안이다. 전체 GDP 기여도가 0.8% 포인트에 달한다. 강점을 가진 제조업에 막강한 미래성장동력인 ICT 경쟁력은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지점에서 집중해야 하는 대목은, 결국 인터넷 플러스나 스마트제조 모두 현재의 중국 제조업이 취한 위기를 인정하는 지점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제조에 방점을 찍어 단시간내에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했으나 빈부격차 및 환경오염, 부정부패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국내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그림자 금융은 중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게다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졌지만 전통사업의 경우 벌써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조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을 달구고 있는 O2O 시장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최근 중국은 BAT, 즉 바이드와 알리바바 및 텐센트가 O2O 시장에서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커머스 1, 2위 업체인 메이투안과 따종디엔핑이 합병을 결정했는데, 메이투안은 알리바바가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따종디엔핑은 텐센트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이어진 동맹의 끈이 O2O 시너지로 수렴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B2C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요인이 4.4%의 점유율을 확보한 O2O하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제조업의 부진을 국가 주도의 인터넷 플러스 및 스마트 제조 정책으로 분위기 상승을 견인하는 한편, O2O에 적절히 방점이 찍힌 정책적 지원으로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그 파급효과를 노리고 있다. 역외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양호하다. 뚜렷한 약점도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 컨디션이다.

  
▲ 출처=뉴시스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 중국이 웃는다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야 알겠지만 사실상 3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하나의 단일 생태계로 묶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압도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규모의 경제적 측면이나 기타 성장세, 빠른 상황판단 등 모든 조건을 따져봐도, 심지어 굳이 독자생존의 패러다임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결말을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싱글마켓은 중국이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알리바바는 최근 마윈 회장까지 방한해 B2C 온라인 거래몰인 티몰에서 한국관을 개설했다. 이는 늘어나는 역직구 플랫폼의 관문을 장악한 상태에서 국내의 뛰어난 브랜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요우커의 등장으로 알리페이 수요가 늘어나는 국내에서 알리바바의 전격적인 승부수는 타격에 가깝다.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이는 일부의 선택된 소수가 성과의 나머지만 취하는 형태일 뿐이다. 중국 역직구 시장은 2013년 13조 원에서 2016년에는 무려 106조 원, 2018년에는 4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노연주 기자

게다가 알리바바는 짝퉁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의 브랜드만 가져가는 선에서 나름의 성과를 한국에 안겨주고, 영원한 수익처인 플랫폼은 알리바바의 손에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코엑스에서 한국관 개통식을 연 징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만 한국 휴대전화 380만대, IT·디지털 상품 302만대, 화장품 200만개가 징동을 통해 중국으로 풀렸다.

이는 미국 아마존의 한국 진출 가능성과 비슷할 전망이다. 현재 아마존은 클라우드를 기점으로 한국에 진출했지만, 만약 이커머스가 들어온다면 알리바바나 징동처럼 자신들이 플랫폼 전략을 맡아 한국의 뛰어난 브랜드를 외국에 소개한다는 미명으로 '수익의 관문'을 움켜쥘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한국 진출을 선언한 넷플릿스가 한국 시장에 던져주는 당근, 즉 한국의 뛰어난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이 대승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이상한 쓸쓸함을 남기는 이유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한국보다는 사정이 나을 전망이다. 일단 인구 자체가 한국, 특히 남한을 압도하기 때문에 시장성 측면에서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물인 알리바바는 손정의라는 키워드로 소프트뱅크를 넘어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과 묘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도 묘하다. 소프트뱅크는 인도와 중국, 한국을 연결하는 전자상거래 인프라 전선을 이미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바로 스냅딜-알리바바-쿠팡 라인업이다. 일본은 거대 권력인 알리바바를 기점으로 이미 자신만의 전자상거래 시장 라인업을 촘촘하게 짠 상태에서 나름의 내수시장으로 만만한 한국을 노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O2O까지 뛰어들며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게임과 영화까지 넘나드는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역량이 묘한 유대관계를 가진, 나름의 시장성까지 가진 일본과 만나 한국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 그 공략의 여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한국의 브랜드를 콘텐츠로 삼아 '해외에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플랫폼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이도 낙수효과임에 분명하지만, 플랫폼을 빼앗기면 장기적 관점에서 동력의 한계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통신사들이 5G를 기점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강조하는 한편, 다양한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내세우며 새로운 플랫폼 시대의 네트워크를 잡으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폐쇄성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 출처=뉴시스

희망이 없나?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일단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한국도 나름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조성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12월 18일부터 소셜커머스 사업인 로컬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데일리딜 시장의 몰락이다. 아마존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리빙소셜도 200명의 감원을 발표한 상태에서 소셜커머스의 위기가 시작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국내 소셜커머스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타이밍 좋게 자기자본잠식에 빠진 위메프가 호텔건립을 이유로 사옥을 비운다는 발표까지 나오며 이러한 위기론은 더욱 탄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국내 소셜커머스의 위기로 볼 수 있을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소셜커머스는 데일리딜로 시작되어 SNS를 바탕으로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자. 국내 소셜커머스 3인방인 쿠팡과 티몬, 위메프가 과연 소셜커머스 업체일까? 이들은 그냥 이커머스에 가깝다. 저렴하게 물품을 판매하는(후려치기 한다는 비판은 여전하지만) 조건은 부합되지만 차라리 모바일에 더욱 특화된 빠른 이커머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물론 '자금'에 허덕이는 지금의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약간 긴 과도기'라는 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최초 수백개에 달하던 최초의 소셜커머스가 모두 사라지고 3개만 남은 상태에서 아직 현재의 시장이 이들을 부양할 수 있다는 뜻이며, 훗날 경쟁의 심화로 그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리하자면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데일리딜의 소셜커머스는 몰락하겠으나, 국내에서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불리는 쿠팡과 티몬, 위메프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게다가 이들 3인방은 빠른 변화의 전조를 이미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포함해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까지 학습을 거듭하며 진화하고 있다. 지금도 건설되고 있는 쿠팡의 물류센터와 마케팅적 효과까지 톡톡하게 누리는 쿠팡맨을 보자. 마윈은 IT시대가 끝나고 DT의 시대가 온다고 했다. 결국 물류가 핵심이며, 특히 쿠팡은 기민하게 적응하고 있다. 여기에 O2O의 바람이 붙고 모바일 최적화가 가세한다.

이 지점에서 소프트뱅크가 스냅딜-알리바바-쿠팡의 라인업을 짜며 쿠팡의 배송능력에 집중했다는 것에 주목해보자. 실제로 최근 57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소프트뱅크에 뼈를 묻겠다고 천명한, 쿠팡 투자를 주도했던 니케시 아로라 사장은 쿠팡의 쿠팡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물류 인프라의 강점에 주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가 가지지 못한 강점이다. 여기에 한국의 스타트업을 포함한 IT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방한한 마윈 회장이 "전통기업의 유통과정을 도와주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훈훈한 멘트를 날린 대목의 배경이다. 결국 DT로 수렴되는 한국의 저력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오히려 유럽 및 러시아와 미국 진출에 관심이 많은 알리바바 등의 구미를 당기기는 역부족인 상태에서 싱글마켓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셈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유대와 막강한 규모의 경제, 공습으로 이뤄지는 전장에서 브랜드의 콘텐츠적 속성만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셜커머스를 넘어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전반적인 준비상태와 기술력은 약간의 여지를 남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일마켓 구성이 나쁠 것이 없다는 점도 고려하자. 이번 발표가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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