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말고 통제하라
기사입력 2015.11.24
어느 때부터인가 여기저기에서 구름 모양을 자주 볼 수 있다. 약간 까칠하게 들리는 `클라우드`라는 단어도 이제는 귓가에 맴돌다 귓전에 익숙하다 못해 귓속으로 쑥 들어오기까지 한다.
우리 일상을 뒤덮은 카톡, 문자, 이메일, 콘텐츠는 엄밀히는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기업은 그들이 사용하는 엄청난 데이터를 남의 소유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심지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조차 빌려 쓴다.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에서 시작하여 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전산자원의 무소유는 확대되고 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목적지에 가기 위해 버스를 사지 말고 버스티켓을 사라"는 ASP 시대의 슬로건은 정곡을 찌른다. 전산자원만이 아니다. 기업은 이제 아웃소싱을 넘어서 눈에 보이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다. 비용이 발생하고 감가가 상각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비단 기업뿐일까? 젊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종종 그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가 있다. 그러곤 놀란다. "애인 있으면 피곤해요. 그렇다고 없으면 허전한데, 애인은 그저 딱 필요할 때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놀란 후에 생각해 본다. 너무한 것인지 아니면 현명한 것인지 헷갈린다. 대다수 사람들의 재산목록 1, 2호인 주택과 자동차를 보아도 같은 맥락의 흐름이 감지된다. 요새 제일 폼 나는 차는 외제차나 대형 중형차가 아니다. `하`나 `허` 달린 차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용자에게 청구되는 비용이 없어서이다.
데이터를 구름 위로 올리고, 전산기를 사지도 않고, 주택과 자동차도 재산목록으로 여기지 않으며, 그렇게 소유를 절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그들이 바라는 것이 심오한 `무소유`의 경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공유`인가? 그것도 아니다. 공유경제가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경제적 행위와, 더불어 사는 개념 있는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행위를 포괄한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공유 자체가 인간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만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필요할 때 소유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필요할 때만 소유하는 것이며, 바로 그때에만 소유하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를 통제라 부른다. 통제는 소유권을 내려놓고 접근권을 확보한다. 소유하지 않더라도 필요시에 언제든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통제하는 것이다. 비용 있는 소유냐 개념 있는 통제냐, 이러한 선택의 상황이라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소유하지 말고 통제하라. 초연결시대에서 소유하여 연결의 대상이 되지 말고, 연결하는 통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페이스북 얘기가 지겹다면, 얼마 전 포천지가 발표한 세계 유니콘 기업의 랭킹을 보라. 유니콘 기업은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부르는 명칭이다. 최상위 랭킹에 위치한 우버, 샤오미, 에어비앤비, 스냅챗, 플립카트…. 모두 소유하지 않고 통제하고 있다. 대세이자 추세인 플랫폼과 공유를 곱씹어보자. 그들의 실체는 연결이고, 실력은 매개이며, 실권은 통제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비용과 개념의 문제보다 진짜 중요한 것이 있다. 소유는 책임을 수반한다. 그리고 통제는 권력을 상징한다. 소유가 아닌 통제는 결국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권력이다. `책임 없는 권력`이라. 이 얼마나 어불성설이면서 기막히게 멋진 문구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기분을 나타낼 때 구름 위를 걷는다고 한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천국의 단계 중에서 9번째가 가장 신의 권좌에 가깝다고 하고, 또 실제 9번으로 분류된 구름인 적란운이 가장 높이 올라간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구름, 일명 클라우드 나인(cloud 9). 연결, 그리고 매개로 통제하며 걷는 구름일 것이다.
[임춘성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출처] [인사이드칼럼] 소유하지 말고 통제하라 (임춘성)|작성자 마리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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