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무서운 도박중독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약 9.8%(2010년 기준)가 각종 도박 중독에 빠져 있다고 한다.도박 중독이란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도덕성을 파괴함과 동시에 재정상태의 파탄을 인식하지 못하고 도박에 몰입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중독은 속성상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질병이다. 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재정적인 문제는 물론, 부부간의 문제, 직장 문제, 법적인 문제 등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게 된다. 오락과 친목,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놀이로 시작한 도박이라도 계속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중독에 빠지게 되어 가정은 파괴되고 감옥에 들어가게 되거나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죽게 된다.
정신의학에서 도박중독은 전통적으로 도벽증, 방화광 등과 함께 충동조절장애로 분류된다. 이는 정신분석적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박중독은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며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도박시장이 합법화되면서 과거와는 달리 그 범위도 넓어지고 심각성 또한 깊어졌다.
도박 중독은 일종의 관계중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계중독증이란 말은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한 말이지만 심리학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중독증이라고 하면 술, 담배, 음식, 마약과 같은 물질적인 대상을 전제로 하는 것 같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계중독증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중독증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관계중독증은 의미상으로는 ‘만성 의존 증’이라는 말로 설명되며 영어로는 codependence (co-dependence 또는 codependency)로 표현된다. 관계중독증의 특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나 자신’이란 것은 없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내 생활의 전부를 이루고 그것에서 내 인생의 의미를 찾고 그들을 돌보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내면을 채움으로써 내면의 공백을 메우려하고 존재의 무가치성과 무의미성에서 오는 공허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일종의 정신질병이다.
한 마디로 마음 속에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메우는 한 방법으로서 사람에게 집착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없고 '너와 함께 있는 나'만 있으면서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누군가를 찾는다는 점에서 그 증상은 '사람에 대한 중독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첫째, 친밀한 누군가가 없으면 불안하고 둘째, 그에게만 '촉각'을 세워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입기 쉽다. 그 결과로서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리며 결국 남에게도 불편이나 심하면 피해까지 준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심한 경우에 정신질환의 초기단계인 '의존성 인격장애'로 발전한다. 가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하고 도박판의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정신 질병인 것이다.
도박 중독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은?
▶ 도박에 빠져 책임감을 상실한다.
▶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관심이 없어진다.
▶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소홀히 한다.
▶ 도박으로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밤샘이 잦아진다.
▶ 과도 한 술, 약물, 수면 등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
▶ 도박할 시간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한다.
▶ 절제하기를 맹세하지만 돈을 따든 잃든 그만 두지 못한다.
▶ 전에는 잃었지만 이번만은 많이 딸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 도박을 끊으려는 생각이 없고 도박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 급한 도박 빚 만 갚아주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도 또 도박을 한다.
▶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도 계속적으로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킨다.
도박중독은 치료가 안 된 다거나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 그 동안 도박중독은 정신질환으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 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많은 치료법이 개발돼 도박중독 치료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약물치료 부분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부 항 우울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알코올 중독에 쓰이는 일부 약물이 도박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현저히 줄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중독자들의 잘못된 믿음과 행동을 교정해 주는 인지행동치료도 큰 도움이 된다.
도박은 중독성이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아주 힘들다. 주위 도움 없이는 절대 치유 불가능하다. 본인 가족 모두가 중독성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해야만 치유가 가능하다.
모든 질병은 치료 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도박중독도 질병이라면 에방을 해야 한다. 건강한 취미 생활, 종교 활동 등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삶의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도박중독이라는 질병을 예방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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