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관리 대상자 中 10~30대 젊은층 비율 급증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발간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
-‘온라인 도박’ 통한 도박중독 58.9%…절반 이상 ‘문제’
-‘추첨식 게임 아이템 지급’ 등 사행성 게임도 큰 영향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대구에 사는 직장인 김병우(36ㆍ가명) 씨는 최근 집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지노와 인터넷 도박에 빠진 친형 A 씨가 수십억원대의 사채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인한 불행은 A 씨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김 씨에겐 더 큰 고민이다. 마땅한 직장이 없는 A 씨가 수시로 아버지와 시골집에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대신 돈을 갚아달라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요구를 못이긴 아버지는 40여년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온 퇴직금을 빚을 갚는데 몽땅 쏟아 부었고, 이젠 퇴직금으로도 모자라 60대의 몸을 이끌고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며 대신 돈을 갚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 씨는 “초등학생때부터 내기나 핸드폰 화투놀이 등을 즐기던 형이 20대에 들어서며 인터넷 도박과 카지노에 본격적으로 중독되기 시작했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사채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단 말을 들었다”며 “이제 문중 소유의 땅까지 팔아도 사채를 갚지 못할 정도로 도박에 빠져 있는 형을 보면 너무나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치유대상자 온라인 도박 현황. [출처 =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 |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ㆍ중ㆍ고교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기와 사행성 게임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박중독 사례가 10~20대 젊은층에게서도 갈수록 더 많이 발견되는 등 도박중독 발생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센터)가 최근 발행한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에 따르면 해가 갈수록 10~30대 젊은층의 도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센터 본부 및 각 지역에 등록된 관리 대상자 현황을 살펴보면 19세 미만 청소년의 비율이 2013년 0.2%에서 2015년 1.8%로 크게 증가했다. 또 19~29세는 2013년 13.2%에서 2015년 30.3%, 30~39세는 23.9%에서 38%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등 도박 중독자 중 젊은층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층의 도박중독 비율이 높아지는데는 온라인 도박 성행이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치유대상자 온라인 도박 현황. [출처 =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 |
2015년도 도박 중독 관리대상자들의 도박 유형별 현황을 살펴보면 온라인 도박(사행성 게임 포함)으로 인한 도박중독 발생이 전체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인 58.9%로, 다른 항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2010년(19.2%) 대비 39.7%나 높아진 수치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이 도박에 빠지는 현상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특히 도박중독의 특성상 ‘사교도박→문제도박→병적도박’이란 패턴으로 악화되는 것이 대다수다보니 이른 시기에 도박에 빠져들수록 개인적ㆍ사회적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장은 “삶의 가치가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사행성 게임 등을 접하게 되는 경우 우연히 돈을 따거나 노력없이 결과물을 얻는 경험을 지속할 경우 돈의 가치나 노동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게 되는 인지 구조가 뇌 신경계에 자리잡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이나 학습의 가치에 대한 경시가 발생하고, 인지 구조 내의 고착이 심화돼 이를 고치는데 성인 중독자에 비해 훨씬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도박중독자들이 도박에 빠져드는 시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교적 목적으로 도박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25.38세이며 이로부터 4~5년이 지난 평균 29.95세에 도박 문제가 현실화. 이어 평균 31.63세에 병적 도박 수준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부장은 “시간이 갈수록 사교도박을 하는 10대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평균 연령 역시 점점 낮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어린 연령층의 도박 중독자 증가 추세를 가속화하는데는 학교 앞에 설치된 게임기나 인형뽑기 등 어린 학생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각종 게임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사행성을 자극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 때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겨 구매토록 하는 것보다 똑같은 금액을 지불하면 가치가 높거나 낮은 아이템들이 추첨을 통해 임의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게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업계에선 당연한 상식”이라며 “도의적으로 사행성을 조장한다 비판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게임 개발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