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서는 물가가 떠받치고
트럼프 보호무역 전쟁 따른
달러화 약세는 금값 원군
금리 올라도 물가상승 지속 땐
실질금리 낮아져 금값 상승
인플레이션과 금값 동행 관계
예전과 달리 약해졌다는 반론도
[한겨레]
국제 정치·경제적 기류에 민감한 금값이 올해 들어 엉거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에서는 금리가 누르고 밑에서는 물가가 받치는 등 금이 세계경제의 ‘복잡한 고뇌’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9일(현지시각)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금값은 소폭 올라 트로이온스당 1312.4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해 12월 중순 1240달러 선에서 저점을 찍은 뒤 올해 1월25일 135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금값에는 부정적이다. 금값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금은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와 비교해 이자가 나오지 않아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올해 초 2.4%에서 현재 2.8%대로 급등했다. 그런데도 금값은 현재 올 초 시세(1312.05달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버티는 이유를 인플레이션 기대감에서 찾는다. 금은 실물자산이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의 가치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준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 위험 회피를 위한 금 수요가 늘면서 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은 1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는 2.1%로 시장의 예상치(1.9%)를 웃돌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금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대신증권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1969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와 금값 변화율의 상관계수는 0.5 이상으로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금리가 올라도 실질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1970년대 금값은 초강세를 나타냈다. 두차례 석유 파동을 겪으며 세계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번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목금리도 두 자릿수로 높았지만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실질금리가 낮아져 금값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1976년 8월에서 1980년 1월 사이 금값은 518%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이 꺾인 1980년 이후에야 금값도 진정되며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과대포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로이터>는 1990년대 이후 물가상승률과 금값 변동의 상관관계는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90년대 초 물가상승률이 가속화해도 금값은 옆걸음질 쳤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다양한 파생상품에서 부동산까지 금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원금이 물가와 연동해 움직이는 물가연동채(TIPS)가 인기를 끌며 금을 찾는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금의 또다른 원군은 미국의 달러다. 달러 약세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의 상대적인 값을 낮춰 수요가 증가한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다시 90선 밑으로 내려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전쟁이 되레 자국 경제와 화폐가치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박세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금값이 반응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확장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의 지속으로 금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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