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험을 방지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 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하지만 교통 환경에 따라 자주 바뀌기 때문에 내용을 미리 숙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아직도 바뀐 법령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달라진 도로교통법을 좀 더 보기 쉽게 정리해봤다.
달라진 도로교통법 중 가장 눈에 띄는 개정안이 바로 음주운전과 관련된 내용이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너무나 쉽게 앗아감에도 불구하고 그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과 더불어 도로교통법에 대한 개정도 포함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는 확실히 높아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음주운전 혈중 알콜 농도 기준의 변화다. 기존 0.05%에서 0.03%로 낮아졌는데, 이는 소주 1잔을 마신 뒤 1시간 뒤에 측정되는 수치다. 이젠 ‘소주 1잔은 괜찮아’라는 비상식적인 통념도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운전면허 취소 기준도 기존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더욱 엄격해졌다.
기존 음주운전이 3회 적발될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던 삼진아웃제도 바뀌었다. 이제는 2회만 적발돼도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그뿐만 아니라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준도 높아졌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운전면허 결격 기간도 5년으로 강화됐다.
UN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7년 고령 인구가 14.2%를 넘어서면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는 고령 운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고령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기존 도로교통법에서 운전면허 적성검사 갱신기간은 65세 미만의 운전자는 10년, 65세 이상은 5년이었다. 그러나 2019년 1월 1일부터 만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도 의무화된다. 인지능력 진단을 통해 안전운전 가능 여부를 진단하고, 고령 운전자 맞춤형 교통안전교육과 치매 검사도 포함한다. 참고로 정부는 만 65세 이상 운전자에게도 교통안전교육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교육을 이수하면 9개 보험사에서 자동차보험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4살짜리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2016년 7월 광주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 경남 의령군 자가용 사고 모두 뜨거운 폭염 속에서 차량에 홀로 방치된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정부는 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새로운 도로교통법을 시행한다. 바로 ‘어린이 통학버스 하차 확인 장치 의무화’다.
이 신규 법안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와 비슷하다. 통학버스 운전자는 운전을 끝낸 뒤 3분 안에 차량 제일 뒤편에 설치되어 있는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를 통해 남아있는 사람을 의무적으로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이 장치는 차량 시동이 꺼지면 3분 이내에 경고음이 발생하며, 경고음 발생 시 차량 뒤편에 설치된 확인 버튼을 눌렀을 때만 경고음이 꺼진다. 또한 경고음은 차량 전·후방 2m, 높이 1.2m에서 측정 시 60dB 이상의 크기로 들려야 한다. 만약 운전자가 하차 확인 장치를 작동하지 않으면 1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최근엔 통학버스뿐만 아니라 승용차에도 어린이 안전 관련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 방치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후석 승객 알림', 정차 후 차량의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위험물체를 감지해 도어 잠김 상태를 유지하는 ‘안전 하차 보조' 역시 눈여겨볼 만한 첨단 안전 장비다. 현대·기아차의 일부 모델에 장착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더 이상 국제면허증을 발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제 영문으로 인쇄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면허증 뒷면을 활용해 영문으로 기재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고, 대한민국 운전면허증의 효력을 인정하는 약 100개 국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한 가지 편리해진 점은 지문 활용이다. 이제까지 운전면허증을 다시 발급받거나 운전면허 관련 민원 사무를 처리할 때는 신분증명서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문 정보를 전자적 방법으로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도난이나 분실로 신분증이 없다 해도 지문 정보만 있으면 되므로,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새롭게 개정된 자동차 관련 법령도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도심 제한 속도가 60km/h에서 50km/h로 하향 조정된다. 이는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심 제한 속도 50km/h 구간을 늘려갈 예정이다. 더불어 횡단보도 보행자 우선제도도 도입됐다. 기존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에게는 일시정지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도 무조건 차를 세워야 한다.
비록 자동차 관련 법령은 아니지만 새롭게 개정된 주차장법 시행규칙도 반갑다. 변경 내용은 기존의 최소 주차공간 너비를 20cm 늘린다는 것이다. 일반형은 현재 너비 2.3m 이상을 2.5m 이상으로, 확장형은 2.5m 이상을 2.6m 이상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신축 시설물의 경우 전체 주차가능대수의 30% 이상을 확장형 주차장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 따라서 자동차 크기가 점차 커진 만큼 주차 구역의 단위 면적도 늘어날 예정이다. 물론 기존에 존재하던 주차공간의 크기가 모두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넓어진 주차 면적만큼 ‘문콕’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부터 신차 구매 후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국형 레몬법’도 시행됐다. 이전의 법은 ‘자동차 중대 부위 결함이 3회 발생했을 때’ 교환해줬지만, 이제는 ‘신차 출고 1년 이내에 중대 부위 결함 2회 수리 후 하자가 발생하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모든 제조사가 참여한 건 아니다. 현재는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 BMW, 볼보, 닛산, 인피니티, 토요타, 렉서스 등이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하고 실제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적용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발전 속도에 발맞춰 도로교통법 역시 더욱 안전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다소 헷갈릴 수도 있지만,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해서는 모두가 준수해야 할 약속이다. 도로 위의 운전자라면 자신의 안전을 넘어 타인의 안전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지키길 바란다. 누구나 안심하고 도로 위에 나설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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