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시작 이후 20년이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달력 상의 날짜이다.
달력 상의 날짜가 바뀌고 나서 대체로 15~20년 정도의 시점부터 그 세기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하는 토머스 피케티(Tomas Piketty,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2014)의 견해에 의한다면, 최근의 기술 변화는 비로소 21세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 패러다임이었던 대량생산방식은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의 대량생산방식 창안을 통해서 나타났으며, 그것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은 1908년에 처음 개발됐던 모델 T의 대량생산이 절정에 이르렀던 1915년에서 20년을 전후로 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본다면, 마치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듯 돌아가는 역사의 흐름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오늘날 21세기의 자동차에서 가장 큰 화두는 두말할 것 없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율주행일 것이다. 이와 아울러 공유경제에 의한 차량공유 개념의 등장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는 미래에는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디자인의 변화 또한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요즈음의 이슈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 우리들이 만나보게 될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도시와 주거 등의 모든 부분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디지털기술과 관련이 적어 보이는 차량의 공유에 의한 사용은 사실상 디지털 기술 도입이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기에 미래 도시의 다양한 변화의 하나일 것이고, 이와 같은 체계 속에서 이용되는, 디지털 정보기술이 결합된 운송수단을 가리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자율주행차량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서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든 자율주행차량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준 브랜드는 벤츠이다.
2015년에 소비자가전쇼를 통해 공개했던 자율주행 콘셉트 카 F-015를 통해서 운행 중에 운전 대신 회의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작년에는 볼보에서 360C 라는 자율주행 콘셉트 카를 통해 조금 더 개인화 된 자율주행차량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서 볼보는 차량 내부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 모습도 연출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이미지 등 다양한 거주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결국 자동차는 ‘움직이는 방(房)’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정말로 운전자의 자율성이 들어간 성격의 이동(mobility), 즉 드라이빙(driving)의 개념은 사라지고 단순한 장소의 이동(conveyance)만을 시켜주는 도구로 바뀌게 될까?
물론 운전이라는 것은 지금도 어떤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 일 수 있다.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자동차가 알아서 저절로 집으로 데려다 주면 그만이라고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자율주행차량은 가장 이상적인 이동수단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간행된 책 ‘디자인 인류(조택연 저)’에서 인간의 이동에 대한 욕구의 근원은 멀리는 최초의 인류가 출현했던 신생대의 홍적세(洪積世. 160만년 전~1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견해를 통해 보면, 인류는 진화과정 동안 이동을 통한 생존의 길을 걸어온 것이 틀림 없다.
그렇지만 장거리 이동에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생리적 욕구의 해결이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화장실까지 갖춘 캠핑차량은 마치 ‘움직이는 주택’으로 이동은 물론이고 거주 환경까지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가 고려되지 않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우리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있는 근 미래의 자율주행차량은 장시간의 거주활동까지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무리 자율주행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잠시 휴식을 위한 쪽잠은 잘 수 있어도 숙박과 같은 긴 수면은 어려울지 모른다.
어쩌면 미래의 스마트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인 스마트 모빌리티 개념의 자율주행차량은 주택이나 건축물이 제공하는 ‘거주성’과는 구분되는 기능을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
장거리 이동 시에 운전자나 동승자의 생리적 문제 해결은 차량의 본질적인 부분이 전혀 아니지만, 미래의 자율주행차량에서는 어쩌면 가장 높은 비중의 문제가 될지 모른다.
만약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자율주행기술이 발전된다 해도 승객이 차량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두어 시간일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차량의 실내에서 요구되는 특성은 ‘거주’ 보다는 단시간의 활동 정도만 요구될지 모른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자율주행기술로 인해 운전에서 해방됐지만, 그 해방된 시간이 회의나 업무를 위해 쓰이는 게 전부라면, 그건 오히려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미래의 모빌리티는 건축물과 차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보다 상호 보완적인 휴식 공간이 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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